[8월 2주차] 리플리, 스위트홈 시즌2, 3 오늘의 주제가 존재감 사라진 송강과 거짓말이라🙂↔️
제목 어그로가 심각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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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손을 얹고 말씀해주시죠.
당신은 왜 거짓말을 하시나요?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고백하자면..저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약속 시간에 5분 늦을 것 같다고 톡을 보내지만 사실상 마음으로는 10분 늦을 걸 알고 있던 때도 있고요, 전날 별 거 안 했음에도 늦잠을 잤다면, 머쓱함에 그 전날 열일하느라 밤샘한 척 한 적도 있습니다.🤥 그냥 혼자 신나서 뛰어다니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턱이 나갔을 때도, 창피하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말한 적도..😅 있지요. 왜 거짓말을 할까요? 모면용이라고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짓말은 자기 부정이라고 합니다. 들키기 싫은 자기 모습을 나조차 인정을 못하는데, 타인에게까지 들키기 싫다는 것이죠.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스스로는 인정을 하더라도 타인에게까지 굳이 면모를 들춰보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면, 반쪽이라도 자기 부정을 하고 있는 셈일테니까요. 이번 영화 <리플리>에서 부유한 친구를 죽이고 친구의 삶을 대신 거짓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리플리도 자기 부정의 산물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무 베듯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거짓말에도 경중이 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리플리의 연쇄적인 거짓말은 자기 부정이 아닌 자아도취아닐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짓말로써라도, 가짜일지라도 인정을 결국 얻어낸 자기 자신에게 취해버린 자아도취요.
나라는 부족한 인간을 수용할 수 없다는 마음보다, 이를 택할 수 있고, 연기할 수 있는 나 자신에 취해가는 것. 사람들이 나를 믿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정'을 갈구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결국 진짜 모습으로는 받을 수 없던 인정을 채울 수 있는 수단으로 진공 포장된 가짜 인정을 택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포장된 거짓의 세계와는 다릅니다. 리플리가 아무리 부자 친구 디키 행세를 완벽히 하더라도, 다수가 속아 넘어갈지언정 리플리와 디키 모두와 친했던 디키의 약혼자에게 만큼은 거짓이 통하지 않습니다. 인정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를 메우기 위해 살인을 시도하고, 자신의 거짓 정체를 곧 알게 될 듯한 새로운 연인을 살해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히 충격적인데요.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듯 하자, 첫 눈에 반했었던 연인을 목 졸라 죽입니다. 살인 뒤에 홀로 괴로워하며 울고 있는 리플리 모습 위로 들리는 연인의 죽어가는 소리는 자아 도취에서 자기 파멸로, 그 이전에 모든 관계의 파멸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결국 현실과 인정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순간, 가짜 인정은 한순간에 몰락합니다. 찢어진 천막 위에서 아슬하게 양 옆을 걷고 있는 사람이 리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짓말은 중독이고, 중독은 연쇄적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리플리 주위로 좁혀오는 수사망에 리플리의 선택이 결국 잡히기 아니면 목격자 살인, 이렇게 둘로 매번 귀결됩니다. 리플리가 자수한다? 그러면 영화가 아니겠지요. 영화 말미에서는 인정이고 자아도취고 뭐고 없이 그저 숨어오던 현상태에서 벗어나기를 극도로 거부하며 중독의 최절정에 오르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리플리는 영화 도중 자신의 과거를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는 발언을 하는데요. 자신에 대한 부정을 인지하기 싫다기 보다 현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아쉬움이 남아서일 듯 합니다. 살다보면 인생사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한 번쯤은~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란 것을 살 떨리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이 주인공 리플리가 리플리 신드롬의 유래라고 합니다! 퍼트리샤 하이미스라는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유래됐고, 영화까지 제작된 것! 여튼... 25년 전의 영화 내용만큼 충격적인 맷 데이먼과 주드 로의 모습도 꼭 한 번 봐주십사, 간곡히 요청드리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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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등장하고
너무 많이 죽어요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팬데믹 중 호황기를 맞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위트홈>, 훗날 <오징어 게임>의 국제적 흥행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크리처물 세계화의 시발점입니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으나 웹툰을 보지 않은 저에게는 '인생작' 중 하나였습니다.
작년, <스위트홈>이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상욱(이진욱)은 괴물이 된 걸까? 은혁(이도현)은 진짜 죽었을까?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개 당시 제가 좀 바빴어서(?) 시즌 2를 못 봤습니다. 그런데 후기를 보니 욕이 욕이... 전작이 워낙 좋았어서인지 엄청난 혹평이 쏟아지더라구요. 결국 안 보기로 했습니다. 예?
그런데! 바로 다음 해인 올해 여름에 시즌3가 공개됐는데,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에 당당히 올랐더군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총대를 메고 시즌 2부터 정주행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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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즌2가 별로인 이유. 이 두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송강씨는 주인공인데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분량이 적습니다. 폐쇄된 아파트 '그린홈'에서 모든 극이 진행된 시즌1에 비해 시즌2는 갑작스럽게 넓어진 세계관에 걸맞게 수많은 뉴 페이스들이 등장합니다.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요. 그렇다보니 전작에서 시청자와의 유대감을 쌓은 그린홈 주민들의 서사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 거죠. 시즌3 결말까지 스포하자면, 그린홈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이 발현돼 괴물로 변하는 세계관입니다. 예를 들자면 다이어트로 인한 식탐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식탐괴물이 되고, 운동에 대한 집착으로 덩치가 큰 프로틴 괴물이 되는 식입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며 각자의 욕망에 갇힌 현대인을 풍자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시즌1은 괴물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에서, (개인주의의 상징적 공간인) 아파트 주민들이 점차 각자의 공간에서 나와 살을 부대끼며 연대하는, 그럼으로써 괴물과 맞서는 플롯이었습니다. 그 중 괴물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특수 감염인 주인공, 차현수(송강)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찰이 이뤄지는 작품입니다. 원작 웹툰은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자체적으로 주제를 넓힌 시즌2에서는 괴물vs인간 구도가 아니라 인간vs인간의 갈등이 중심이 됩니다. 괴물을 적대시하면서 정작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이요. 디스토피아에서 발생할 다양한 인간 군상이 필요했던 것까진 이해됩니다. 강한 괴물이 되고 싶은 연구원, 괴물화를 향한 두려움을 금전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신부, 얼핏 삶을 포기한 듯하지만 실은 죽음이 두려운 불치병 환자 등 모두 충분히 납득가능한 캐릭터입니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캐릭터성이 너무 겹치는 데다 불필요한 서사가 많습니다. 스타디움 사람들과 수호대 중 반 이상은 전개 상 일회성으로 쓰일 법한 평면적 인물상인데, 소모적 캐릭터를 일일히 소개하고 모두에게 서사를 부여하다보니 시즌 2의 전개가 너무 산만하고 복잡해졌습니다. 주조연의 비중이 확실하면서 각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냈던 시즌1과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결국 시즌3를 위한 떡밥만 잔뜩 뿌린 채로 시즌2가 마무리됩니다. 작년 말, 시즌2 시청자들이 그토록 분노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시즌3이 나온 후 시청한 저는, 그냥 두 시즌을 합쳐 16부작 드라마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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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감' 캐릭터마저 이름있는 배우들... 초호화 캐스팅에 넷플릭스의 허리는 휘었겠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요. 각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해됩니다만, 그것들이 너무 뻔하고 다양해서 스토리의 주요 서사가 와닿지가 않습니다. '괴물도 결국 사람이다. 인간이 더 나쁘다.' 라는 주제를 시즌2 초반부터 너무 티나게 암시하는데, 반전도 매력도 없습니다. 그리 개성적인 주제의식도 아닙니다. 비슷한 주제의 (심지어 작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 요소라도 있었죠. 연출 방식 때문에 메시지가 묻힌 전형적인 망작입니다.
정작 송강-이진욱-고민시 세 주연의 관계성이 그리는 주제는 뭐라 딱 정리되지 않습니다. 원래의 성격도 모두 잃어버려(실제 설정이 그렇습니다) 아예 새로운 캐릭터가 반갑지도 않고, 결국 세 사람의 서사는 뻔하디 뻔한 악당vs주인공일 뿐입니다. <스위트홈> 세계관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 권선징악 엔딩도 개연성 부족, 진부함 그자체 입니다. 이럴 거면 시즌1 인물들을 왜 등장시켰나 싶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시즌1과의 연결을 포기하고 세계관을 활용해 이시영, 유오성, 김무열 캐릭터를 중심으로 극을 진행했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결말이 탄생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세계관, 훌륭한 배우진이 낭비됐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캐비어로 알탕 끓이기확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다음 시즌을 기다린 팬들이 많았는데 말이죠. 새로운 시즌이 막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의 <스위트홈>이 그립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습니다. 대신, 시즌1까지만 본 후 열린 결말로 끝맺음짓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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