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차]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포스터에 있는 문제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아니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궁금해지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니. 그럼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죠? 뭐 물론 이 세상엔 너무 많은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닌 건 아니지 않냐?!!???! 🤨 실제로 김혜수도 처음 제목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화 보다 보면 정말 제목 그대로입니다. 아...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니구나. 불륜으로 시작한 문제가 스노우볼처럼 구르고 굴러 가더니 어느 순간 불륜은 정말 귀여운(?)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장르는 무려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 이 표현처럼 이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이 사고를 치면 다른 사람이 수습하고, 그 수습 때문에 더 큰 사고가 생기고, 그걸 숨기려다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듭니다.볼링공 하나를 굴렸는데 뒤에 있던 핀이 아니라 볼링장 전체가 무너지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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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시작은 겉보기에 완벽해보이는 가족🧑🧑🧒의 균열입니다. 주인공 박경희(김혜수)는 잘나가는 인테리어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입니다. 원룸에서 시작해, 무명 배우인 연하 남편 재홍(김지훈), 딸 예지와 함께 고급 타운하우스🏘️로 이사하며 마침내 꿈꾸던 삶을 완성합니다. 경희에게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성공을 보여주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SNS에는 예쁜 집과 다정한 남편, 사랑스러운 딸이 있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경희의 삶을 부러워합니다. 사실은 남편이 아내의 그늘 아래 열등감을 삭이며 살아가는 중인 줄도 모르구요.
그런데 이사 온 타운하우스의 바로 앞집에는 정반대의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피부과 의사 수정(조여정)은 전남편 보성(김재철)과 살벌한 이혼 소송💔 중입니다. 딸과의 사이도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죠. 그런데 어느 날, 완벽해 보였던 경희의 남편 재홍과 수정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생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익숙합니다. 아~ 남편이 앞집 여자랑 바람피우는구나. 복수하고, 머리채 잡고, 이혼하고.... 남편의 의심스러운 정황을 따라 뒤를 쫓는 경희....
그런 드라마인가...🥱 싶은 순간❗️ 경희가 맞닥뜨리는 진실은 단순한 배신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까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때부터 정말 불륜이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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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는 어디까지 가나 보자입니다. 등장인물들은 계속 선택의 순간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상하게 최악에서 한... 두 번째쯤 되는 선택을 합니다. 그러고는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었잖아. 가족을 지키려고 한 거니까. 딸을 보호하려고 한 거니까.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여기서 멈추면 더 큰일이 나니까.
그렇게 작은 거짓말 하나가 다음 거짓말의 이유가 되고, 잘못된 선택 하나가 다음 잘못을 정당화합니다. 처음에는 분명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그 전에 넘었던 선은 갑자기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불륜이 정말 사소해지는 것처럼요.😦
그렇게 작은 거짓말 하나가 다음 거짓말의 이유가 되고, 잘못된 선택 하나가 다음 잘못을 정당화합니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자꾸 자기의 잘못을 정당화하면서요. 문제는 그 마음에 ‘그러니까 이것 정도는 해도 된다’가 붙기 시작하면서 생깁니다. 한 번은 가족을 위해서. 두 번째는 첫 번째 일을 숨기기 위해서. 세 번째는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으니까. 사람이 자기 행동에 이유를 붙이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는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죠. ㅎ
사실 우리도 그렇잖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은 결과로 판단하면서, 내 행동은 그 뒤에 있는 사정까지 포함해서 판단하니까요.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들이 분명 잘못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완전히 미워하기가 어렵습니다. "미쳤나 봐!"싶다가도 "근데 저 상황이면 나도..."하다가, "아니다. 그래도 저건 좀..."을 반복하게 됩니다.😂😂😂 또 어느 순간 "잠깐, 이제 어떻게 빠져나오지?" 하며 같이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분명 저 사람들이 잘못한 건데 제가 공범이 된 기분입니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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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사람들이 무엇을 그렇게까지 지키려고 하는지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경희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가족이 아닙니다. 남들이 보는 자신의 삶이기도 합니다. 좋은 집에 살고, 남편과 사이가 좋고, 사업도 잘되고, 딸도 잘 키운 사람. 경희의 SNS에는 그렇게 잘 정돈된 삶이 올라갑니다. 그러니 불륜은 남편에게 배신당했다는 문제인 동시에, 자신이 애써 만들어온 ‘완벽한 인생’이라는 이미지가 무너지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 속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체면과 평판에 집착합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만큼이나, 내가 잘못된 사람으로 보이는 것, 실패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너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누가 어디에 살고, 어디로 여행을 갔고, 어떤 사람과 결혼했고, 무슨 차를 타고,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심지어는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사랑받는지까지. SNS를 열면 다른 사람의 인생이 끝없이 흘러나옵니다.📱🤳🤳🤳🤳
문제는 우리가 보는 게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주기로 선택한 장면들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면 그 장면들을 어느새 삶 전체라고 믿게 됩니다. 그리고 내 삶도 그렇게 보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경희가 살고 있는 집은 그런 SNS의 전형적인 산물 같습니다. 너무 예쁘고, 너무 완벽하고, 너무 잘 꾸며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는 이미 여기저기 금이 가 있습니다. 집은 완벽한데 그 안의 삶은 엉망입니다. 예쁘게 지어놓은 모래성🏜️ 같은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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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드라마의 블랙코미디가 더 잘 먹힙니다. 정말 인생이 끝날 것만 같은 일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가족이 무너지고, 경찰에 잡힐 수도 있고, 딸의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묘하게 우스꽝스럽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자기 체면 하나 지키겠다고 거짓말을 하나 더 만들고, 그 거짓말 때문에 뛰어다니고, 서로 눈치를 보고, 또 다른 사고를 치는 그런 모습들이.... 본인들에게는 파멸인데 보는 사람에게는 촌극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누가 넘어지고 부딪히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너무 심각하고, 아무도 웃지 않는데 상황만 점점 미쳐가는 거죠.🫨
그리고 저는 그게 꽤 현실적인 블랙코미디라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우리도 자기 문제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몇 년 뒤 친구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그때 왜 그렇게까지 했지?"하고 웃게 되는 일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 사람들은 그 정도가 좀 많이 심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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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려하다 조여정~말예뻐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결국 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특히 김혜수와 조여정이 정말 돋보입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회차가 지날수록 점점 망가지고,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싸우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 모든 상황을 너무 진지하게 연기하니까 더 웃깁니다. 나중에는 그냥 "그래... 너희가 행복하면 됐다...."🙃🙃🙃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여기에 예쁘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인 공간과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현실에서 일어나면 끔찍할 사건들이 묘하게 세련된 한 편의 소동극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화면은 예쁜데 사람들은 계속 망가져만 갑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비가 너무 좋았습니다.😇 실제로 작품도 일부러 현실적인 공간보다 '가짜' 티가 나는 세트와 연극적인 동선, 롱테이크를 활용해 이 황당한 이야기를 일종의 성인 동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범죄와 불륜, 살인처럼 무거운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데도 묘하게 발랄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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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본 드라마 중에서는 꽤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단 8부작이라 짧고, 전개가 정말 빠릅니다. 한 화가 끝날 때마다 "아니 잠깐만." 하고 다음 화를 누르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살인자ㅇ난감>(의 감독이 연출했습니다)처럼 범죄와 블랙코미디가 섞인 작품을 좋아하거나, 막장 드라마 특유의 도파민은 좋아하지만 너무 진지한 치정극은 부담스럽다면 특히 추천합니다.
스노우볼이 굴러가면서 온갖 난리를 다 겪고 나면 처음에는 완벽해 보였던 사람들도 꽤 다르게 보입니다. 누구는 바람을 피우고, 누구는 거짓말을 하고, 누구는 자기 잘못에는 기가 막히게 관대합니다. 다들 한 군데씩 이상합니다. 아니, 꽤 많이 이상합니다.😇
그런데 또 그래서 묘하게 정이 갑니다. 완벽한 가족도 없고,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닌 이 엉망진창의 세계가 생각보다 꽤 유쾌합니다. 그러니 제목 때문에 "또 불륜 드라마야?" 하고 지나치셨다면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곧 불륜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어질 거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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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정이 아니야,
우리의 행동이지"
*스포일러가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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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길가에서 구토하던 자신을 돌봐줬던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한여름 동안 매일같이 그녀의 집을 찾아 책을 읽어주고, 목욕하고, 사랑하고, 같이 누워있고.
21살 연상인 그녀와 한여름밤의 꿈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버린 여자.
그리고 남자는 그 여자를 십여년이 흐른 뒤, 나치 전범 재판에서 마주합니다.
자신은 법학도 재판 참관생으로, 여자는 나치 앞잡이로 재판에 선 피고인으로.
수용소 경비원이었던 여자의 죄목은, 수감자 수송 작전 중 폭탄이 날아든 교회 문을 열어주지 않아 안에 있던 거진 전원의 수감자를 사망케 했다는 것.
같이 기소된 다른 경비원들은 그녀 홀로 저지른 범죄라며 그녀를 몰고 갑니다.
진위 확인을 위해 판사는 필적 감정을 요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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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날의 행위는 기소된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당일 교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점은 시인한 여자. 경비원이었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직무에서 그럼 어떻게 달리 행동했어야 할지 진지하게 판사에게 질문하는 여자.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명확히 시인하되,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명확히 아니라 밝힙니다. 재판에서 한 치의 거짓도 고하지 않은 여자.
그럼에도 그녀는 필적 감정 요청 앞에서 자신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노라 거짓 시인합니다.
그리고 다른 경비원들이 금고형에 처해질 때 본인은 무기징역에 처해집니다.
그녀가 무기징역보다 우선시 했던 것은,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것.
남자는 여자와 보낸 한여름의 기억 속에서 그녀가 문맹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사랑했던, 어쩌면 아직도 사랑하는 여자는 문맹임을 밝히는 대신 무기징역을 택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당신은 여자의 물리적 여생을 살리겠습니까,
여자의 수치심을 살리겠습니까?
사랑했던 여자가 나치 전범이라는 사실 앞에서
그녀를 사랑했던 감정을 배반하겠습니까, 시인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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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감추기 위해서 늘 싸워왔고 또 싸웠다.
그것은 실제로는 힘찬 후퇴일 수밖에 없는 전진과
실제로는 은폐된 패배일 수밖에 없는 승리로 이루어진 삶이었다.
-<책 읽어주는 남자> 원작
남자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원작에서는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에 대한 항변이 나옵니다.
수용소 경비로 매달 아우슈비츠로 보낼 인원 선발을 맡았던 여자.
그녀가 매일 밤 어린 여자 아이들을 자신 곁으로 불러 책을 읽어달라 했고, 그 대신 좋은 숙소와 음식을 제공했지만 불려간 아이들은 이내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는 증인의 증언에 그녀에게 비난이 쏟아질 때,
아니라고, 그녀는 정해진 운명 앞에서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에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준거라고 그리 항변하라고 그는 속으로 외칩니다. 그러나 이내 이 역시 자신의 생각 속에서 이루어진 항변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다릅니다. 그녀와 보냈던 한여름에 둘은 며칠 간 자전거 여행을 떠납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와중에 성당에서 어린 아이들의 합창 소리가 들려옵니다. 홀린 듯이 성당에 들어가 아이들을 바라보던 여자. 이내 뒤따라 들어온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물맺힌 눈이 새빨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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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남자의 생각 속에서 여자에 대한 어떠한 판결도 내리지 않고, 영화에서는 제 3자로 여자를 바라볼 수 있는 앵글에 힘입어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녀를 담으며 판단을 스크린 밖 보는 이에게 넘깁니다.
그럼에도 원작과 영화가 묻는 바는 동일합니다. 어쩌면 묻는다기 보다는 보여준다가 더 적절하겠습니다. 그녀 안에 본능적인 연민이 있음에도 자신의 직무 소신에 따라 아우슈비츠 수송 인원을 선별하고, 모두가 죽어가는 와중에 교회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이 여자를 어떤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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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이었던 그녀는 십여년 전 남자와 함께 했을 시절, 전차 검표원으로 일했습니다. 승진 기회가 찾아왔지만 글을 읽을 수 있어야했던 승진 자리 앞에서 그녀는 도망을 택합니다.
단순하게 사건만 놓고 본다면 그녀의 재판은 아이히만 재판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아이히만과 여자의 상황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지입니다. 직무 수행과 악행 사이에 무지가 개입된 그녀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해 줄곧 묻습니다. 무지와 죄는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무지는 자각의 지연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신분도 바꾸고 10년간 숨어살던, 즉 자신의 행위가 처벌받을 행위었음을 인지하고 있던 아이히만과는 달리, 재판에서 자신이 한 행동은 모두 시인하며 안쓰러움과 별개로 직무 수행에서 이행만이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선택지임을 당연시하는 그녀는 무엇이 잘못인지를 판사에게 진정으로 되묻습니다.
자신이 택한 선택에 대한 수치심이 아닌, 자신의 무지에 대한 수치심 앞에서 무기징역을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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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들어간 그녀를 차마 찾아가지 못한 남자.
남자는 책을 낭독하고 이를 녹음하여 카세트 플레이어와 함께 그녀에게 보냅니다.
원작에서는 남자의 시선이기에 이를 받았을 그녀의 반응이 어땠을지 알 수 없었는데, 영화에서는 플레이어 버튼의 글씨조차 모르는 그녀가 아무 버튼을 누르다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화들짝 놀라며 다시 아무 버튼이나 마구 눌러 끄는 모습이 나옵니다.
남자가 붙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스타트 버튼에 빨간 스티커가 붙여져있던 모습이 왠지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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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dy with the Dog>를 수십번 돌려 듣는 여자. 도서관에서 해당 책을 빌려와 남자 목소리를 따라 수많은 'the'를 첫 페이지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남자는 여자에게 편지를 받습니다. 어린 아이가 꾹꾹 눌러쓴 듯한 글씨체로 본인이 직접 적은 편지입니다. 그는 감격했지만, 답장은 한번도 써주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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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의 수감 생활이 지나고, 여자는 사면됩니다. 그리고 남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러 감옥에 갑니다.
하얗게 머리가 센 여자는 남자가 반갑습니다. 마주앉아 남자의 손을 잡은 그녀에게 남자는 과거를 생각해봤느냐 묻습니다.
여자는 자신들의 한여름밤의 꿈을 묻는다 생각했지만, 그가 물어본 과거는 그녀의 경비원 시절이었고 여자의 얼굴이 빠르게 식습니다. 다음 주인 사면 날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남자는 떠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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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는 출소 하루 전, 자살합니다.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밟아딛고 목매달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처음에 저는 여자가 그렇게 고대하던 남자와 재회했을 때, 원작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자의 감정 '배반'에 일말의 이후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 세상을 등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에 대한 답을 주지 않기에 여러번 생각해 본 지금도 이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원작을 읽은 뒤 영화를 보다보니 교도관의 한마디가 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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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본디 엄격하게 본인을 단정케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출소 얼마 전부터는 본인을 꽉 죄던 무언가로부터 벗어나 풀어진 듯 지냈다고 하는 말합니다.
영화 속 그녀가 목 매달기 위해 쌓은 책 중 한나 아렌트의 책이 맨 위에 올라와 있던 점, 원작에 따르면 프레모 레비 등 생존자들이 집필한 책을 빌려 봤다는 내용을 볼 때 글을 통해 본인이 한 행동에 대해 이제는 다른 선택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아닌 죄책감이, 어쩌면 문맹 못지않은 수치심이 밀려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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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주제인지라 여러 리뷰를 찾아봤는데, 문맹 탈피가 악에 대해 그녀를 일깨워줬다, 즉 무지가 악을 악이라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히만 재판과의 비교와 함께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합창하는 아이들을 보고 눈물 흘린 것처럼 '인간이라면'이라는 전제는 모든 선택을 무력화할 수 있는 본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로 무지는 무지, 인간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은 별개라고요. 괜시리 여러 리뷰를 읽다가 묘한 반발심이 생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그녀의 세상 밖의, 어쩌면 그녀에게 글을 읽어줬던 어린 아이들의 세상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은 글을 통한 간접 경험입니다.
좁았던 그녀의 세계가 확장되며 죄책감이 증폭되고, 수치심에 단정했던 그녀의 일상이 풀렸다면 깊어진 인지 속에서 한여름밤의 꿈 같았던 남자와의 재회만을 희망으로 삼았던 그녀에게 그의 자각 발언은 그녀가 생을 마감토록 하는 마지막 트리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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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나치 전후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꽤나 크다고 합니다. 시대에 순응했기에 부끄럽거나 시대에 순응했기에 현재 떵떵거리고 사는 부모가 공존하는 세대 밑에 태어난 현재 세대들은 수치를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자신들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부모 세대에 대한 수치, 즉 어느 정도 선을 그은 수치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전후 세대의 화해를 15살 남자와 36살 여자의, 이해하고 뒤틀리고 재회하고 어긋나는 관계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남자는 사랑은 시인했지만 행동으로 그녀를 배반했고, 여자는 행동을 시인했지만 무지로 둘러싼 과거는 배반한 것처럼요.
남자는 원작에서 오디세이는 귀향 이야기가 아닌 다시 출발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과거사를 되짚고 거기서 모두가 함께 다시금 시작하자는 의미겠지요.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마지막 장면에, 남자가 항상 본인에게 거리감을 느꼈다는 딸에게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합니다. 과거에 택하지 못한 시인을 이제서야 행동으로 옮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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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윈슬렛 열연으로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다수 수상한 영화라길래 원작을 집어들었는데, 처음에는 엄마야.. 21살 차이부터 시작해서 아주 도입이 어질어질했습니다...
원작을 읽고 그날 펑펑 울어서 눈이 애벌레🐛가 되었다가, 영화를 보고 다시금 또 애벌레 눈이 되었었습니다. 청소년 추천도서라길래 놀랐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다 보고나서는 격하게 공감합니다ㅎㅎ
이래저래 생각하게 되는 바도 많으면서도 함부로 생각하기도 어렵거니와 동시에 아주 처음부터 충격적인.. <더 리더> 원작과 영화 ⭐️모두 아주아주 추천⭐️하며 물러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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