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주차] 케냐 간 세끼, 화사 - Good goodbye [#신서유기레전드] 납득 가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은지원의 미친 논리 토론
그거 아세요? 원래 비행기 타고 높이 올라갈수록 더워요.
비행기 타면 이불까지 주면서 에어컨 틀잖아요.
|
|
|
그래요, 누구는 사골이라 하겠지만
저는 나영석 사단이 100n 차 사골까지 끓여줬으면 해요.
|
|
|
그러게요, 외계인이 지구에 잠깐 올 거라면 뭣 하러 올까요. 은지원은 천재입니다.
여튼 이렇게 영했던 나영석과 은지원, |
|
|
세월이 흘러 다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왜냐? 함께 케냐에 갈 것이기 때문이죠 🇰🇪 이수근, 조규현, 그리고 은지원 셋이 함께 케냐에 기린을 만나러 갑니다. 11월 25일 화요일 오후 5시, 무려 넷플릭스에서 방영 시작한 '케냐 간 세끼'입니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왜 케냐일까요?
때는 바야흐로 2019년 11월.
신서유기 7에서 규현, 수근, 지원 팀은 100개의 소원권 중 5개를 뽑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름하여 '기린 호텔 숙박권' 🦒🦒
아쉽게도 코로나로 빛을 보지 못했던 세끼들의 기린 접선 투어는 6년이 지나 실현됩니다. |
|
|
말이 소원권이지, 신서유기 세계관에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은 고난길 시작의 동의어.
'케냐'에 가기 싫다고 나영석 왈 첫 만남부터 서로 jiraljiral 하지만, 결국 케냐로 간 세끼들. |
|
|
수근은 신나서 '휴대폰 잃어버린 규현'을 주제로 작곡하고, |
|
|
소불알⚾을 먹으며 상식 퀴즈를 합니다.
베스트셀러 이름 맞히기 게임도 하고요, 살짝 스포하자면 레벨업 된 좀비 게임도 합니다. 여전히 인정사정없이 물어뜯으면서요. (제 최애 파트) |
|
|
총 6회차라고 하는데, 3회차씩 나눠 2주 동안 공개한다고 합니다. 현재 3회까지 공개되어 있는데요, 3회까지 정주행한 후기를 한 줄로 남겨보자면
'신서유기 멤버 + 콩콩팡팡식 농익은 우정 여행 + 지락실 바이브의 게임'
입니다. 익숙한 멤버들이 익히 기대하는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첫 만남부터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배워온 동물의 왕국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케냐에 못 갈 이유를 만드는 은지원👶, 한술 더 떠서 토크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이수근🤸,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샘솟는 피곤함을 참아내는 조정뱅이🤡까지, 익숙한 모습입니다.
익숙하지만 신서유기로부터의 공백이 6년 있었던 탓일까요, 익숙한 모습들이 옛 추억을 끄집어내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감정이 진정한 '레트로' 아닐까 싶었습니다. |
|
|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세월입니다. 이제는 눈썹과 머리가 희끗한 이수근, 좀비 게임을 하다가 숨이 가빠 헐떡이는 은지원, 그리고 한술 더 시크해진 조규현까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서유기 때에는 봐주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물어뜯었다면, 왠지 예전만치 독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서로 보듬어(?) 주고, 웃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는 느낌을 제가 이 멤버에서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요.😂 |
|
|
원래였다면 식사를 못 하게 된 멤버가 있다면 약 올리며 식사를 했겠지만, 수근은 규현이 밥을 못 먹게 되자 겉으로는, 그러니까 '예능식으로'는 전혀 미안함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밥 못 먹을까 나름 걱정하는 듯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보이고요,
나영석 피디, 이우정 작가까지 이제는 가족만치 오래 본 사이라 그런지 스스럼없이 지내며 '촬영이니까 놀려도 돼?'와 같은 왠지 모르게 제4의 벽을 허무는 듯한 멘트들도 그대로 방영됩니다. 멤버가 셋이라 그런지 마가 뜰 법한 장면에서는 이수근이 나서서 기절하는 듯한 몸 개그를 하는 등 정말 방송을 위해 노력하는 듯한 모습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신서유기 하면 떠오르는 여러 게임이 이제는 지락실에서도 수많은 베리에이션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는데요. 이 게임들을 그대로, 신서유기와 지락실보다 적은 3명의 멤버로 진행합니다. 케냐 AA 원두커피☕를 맛보러 간 카페에 나피디가 카페 스탭으로 등장해 게임🎮을 진행하는데, 이미 지락실에서 많이 본 장면이었죠. 소올-직히 기시감이 꽤나 느껴졌습니다.
원래 신서유기에서 하던 게임을 지락실에서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지만 <케간세>에서는 게임 맞춤형으로 연령대를 높이지 않고 그대로 게임을 가져다 쓰다 보니 게임과 세월 간의 괴리가 느껴졌나 봅니다.
여하간 지락실에 익숙해져 그런지, 미친 텐션으로 게임을 하던 그림에 익숙해져서인지, 세월의 갭으로 이런 본능적인 게임 자체가 어색해 노력하는 듯한 출연진들의 모습에 1회는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
|
|
그렇지만? 모든 시작에는 로딩 시간이 필요한 법이죠. 새로운 환경에 놓인 농익은 관계는 사골처럼 금세 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호텔에서 함께 자고 조식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수록 편해지는 듯 보였습니다. 필터를 조금 덜 거치고 나오는 듯한 멘트들이 주옥 정말 주옥같았습니다.🤣 게임도 보다보니 멤버들 식으로 녹아들더라구요.
그리고 또 하나! 케냐라는 새로운 장소입니다. 나피디는 새로운, 가보지 못한, 예능으로 소구 되지 않았던 장소들을 기막히게 찾아내는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케냐는 달랐습니다. 장조림 같은 염소스튜, 국밥 같은 케냐 가정식, 갈비와 비슷한 고기 요리 등 한식과 비슷한 음식들이 많은 데다, 현지인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친절합니다.
오기 전에는 말라리아에 걸려서 죽으면 어떡하냐는 둥 걱정이 한가득이었던 멤버들도 이내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신나게 먹고 게임하고 쇼핑하고 즐깁니다. 정말 세상만사 뭐가 됐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입니다..
동물들이 뛰노는 마사이마라만 떠올렸던 제가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케냐를 봤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도심과 야생이 공존하는 이곳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더라구요 🐘🦒🦁🐆🦛 |
|
|
다음 주 화요일에 드디어, 세끼들이 마사이마라에 갑니다.
3회차 마지막은 사람을 물어뜯는 하마🦛가 있는 강을 작은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오히려 영한 지락실 멤버들보다, 몸을 챙기며 죽어도 하기 싫다, 끝까지 투덜거리는 이 멤버들이 야생을 만나는 그림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농익은 세월과 야생의 날것 사이의 괴리감이 기대됩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케간세>를 보며 든 생각 한가지.
클리셰일지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관계🧑🤝🧑인 것 같습니다.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꼬리표는 곧 친한 '그' 사람들 간의 관계 + 익숙한 게임들 조합을 말하는데요. 누군가는 질린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농익은 관계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들은 사골의 기시감을 뛰어넘는 라포를 선물해주는 것 같습니다.
<케간세> 멤버들도 여행 내내,
'우리가 안 세월이 몇 년인데', '얘는 10년째 똑같다', '밥을 주겠냐? 아직도 그걸 모르냐?'
같은 대화들을 주고 받습니다. 신서유기랑 같이 커 온 제 입장에서는 내적 친밀감이 치솟는 순간들인 거죠.
인생에 새로움으로 도배된 도파민만으로 채워지는 것도 사실 썩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움이 넘치는 시대에, 당장 어떤 OTT를 선택해 뭘 볼지조차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그리운 맛들로 편안함과 도파민😊을 채우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일 테니까요. 그렇다고 꼭 '알고 있는 관계'만을 고집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콩콩팡팡>처럼, 이미 친한 그들의 관계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시청자가 깍두기 친구로 스리슬쩍 끼어들 수도 있는 거니까요.
여하간, 제 이번 주와 다음 주를 책임질 <케간세>! 밥 친구로 딱이니 함 보시라, 권해드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케간세>에는 나영석표 예능 시그니처, 음악 퀴즈🎼가 안 나옵니다.
넷플릭스 방영이라 음악 사용시 비용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이수근이 노래 부르는데 그것도 빠르게 컷 당합니다 (ㅋㅋ) |
|
|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굿굿바이 하지 말아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열린 청룡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축하 공연이 있습니다. 이미 제 알고리즘을 점령한, 화사 씨의 'Good goodbye'👋 무대인데요, 뮤직 비디오 주인공인 배우 박정민 씨와 함께 한 퍼포먼스가 '찐설렘'을 유발하며 영상 속에 갖혀 버린 피해자가 속출합니다.
|
|
|
안 보신 분... 클릭하세요 얼른
저 또한 그 영상을 무한재생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무심한 듯 자연스러운 박정민의 분위기, 그런데도 여자친구(화사)에게 맞춰주려 어색하게 춤을 추는 모습, 여유롭게 구두를 들고 걸어오던 장면,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스타들을 배경으로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순간들💃🕺에서 '찐연애'의 모습들이 떠오르더라구요. 박정민 씨가 점점 더 잘생겨보이는 효과....🤍
알고리즘은 이를 놓지지 않고 그 뮤직비디오부터 음악방송 무대들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화사 씨가 노래로 하고 싶은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멍청이, 마리아 등 멋있고 힙한 콘셉트,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주로 그리던 화사 씨에게서 (아마도) 처음으로 듣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도 성숙하고 아름답더라구요.🥹 |
|
|
뮤직비디오는 서로 너무나 다른 남녀가 헤어지는 과정을 담습니다. 함께이지만 점차 서로의 다름을 느끼고, 각자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아름답게 이별하는 순간을요. 단추를 끝까지 잠그고 구두를 신은 남자👔와 머리를 풀어헤친 맨발의 여자🦶. 차가 고장난 상황에서도 짐을 던져 버리고 웃으며 걸어가는 여자의 뒤에서 가방을 하나라도 더 챙겨 따라가는 남자.🚶♀️💼🚶
담담하고 잔잔하게 마주한 두 사람의 이별은 너무나 아릅답습니다. 노래 가사 그대로, 아름다운 연인의 이별은 아프지만 우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듯이요. 하지만 라이브 무대들을 보다 보면 화사 씨가 말하는 이별이 꼭 ‘연인 관계’만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더 또렷하게 읽힙니다. |
|
|
화사 씨는 매 무대마다 다양한 게스트들 또는 장치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그리고 마마무의 멤버인 휘인 씨가 등장한 무대는 특히 청춘 영화 같다는 평과 함께 화제를 모았는데요. 둘 사이 지나온 시간들이 응축돼 있는 모습이, 찬란했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향해 서로가 건네는 작은 작별 같아서🥹,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물이 가득 찬 욕조🛁에서 부르는 무대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맞닥뜨리는 이별을, 팬과 무대 위에서 함께 한 무대는 서로를 지켜만 보던 관계의 이별을,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턱시도는 이미 떠난 이를 향한 조용한 인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노래는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이별을 한 곡 안에 담아냅니다. |
|
|
그렇다면 ‘좋은 이별’이란 무엇일까요. 이별은 그 자체로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나빠지기는 너무 쉽죠. 마음이 다치고, 말이 흉기로 변하고, 서로의 기억이 흐려지는 순간은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좋은 이별은 그 모든 가능성을 의식하며, 최대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남겨두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바꾸려 하지도, 왜곡하거나 오해하지도 않고 붙잡아두지도 않는 거요.
Good goodbye에는 떠나가는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한 관계 또는 시간을 남겨둔 채 나아가는 성숙한 이별에 대한 노래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대상—친구, 연인, 가족, 시간, 꿈—과 아름다운 거리를 두며 사랑했던 마음을 훼손하지 않고 남겨두는 일이요. 화사 씨는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실을 부드럽게, 그러나 힘 있게 들려주고 있죠. 그래서 이 노래는 이별의 노래이지만 이상하게 따뜻하고 사랑이 넘쳐 흐릅니다. 우리가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그 사랑을 잘 놓아줄 수 있도록 하는 이별💔은 결국 사랑과 같은 마음일테니까요. |
|
|
하지만 저는 아직 박정민씨의 멜로 눈깔과 이별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사실...!!!! 이번 청룡 무대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박정민 씨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멜로 영화로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말이지 지금 책 팔 때가 아니예요 정민씨!!!! |
|
|
*카카오이모티콘 <독고다이 왕둥이>라고 합니다. 그저.. 글이랑 딱 맞아 가져온 캐릭터. |
|
|
yo, 디스 이즈 real 'F R E E D O M'🗽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거주(?)기를 가져왔습니다. 환율이 1437원까지 치솟은 와중에.. 미국에 잠시 다녀왔는데요. 가족 이슈 & 숙박비 없이 머무를 수 있게 된 김에 날아갔다 왔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지냈어서 잠깐이지만 미국인 라이프를 한 0.1g 정도 경험할 수 있었는데, 미국을 처음 가 본 한국인의 시선에서 흥미로웠던 점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1. 벌금이 '정말로' 무서운 나라
처음 미국에 도착하고 가장 놀랐던 점 하나.
집에 가던 중에, 차선에 끼어들려고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전후좌우를 다 둘러봐도 표지판은 커녕 신호등조차 없는 겁니다.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땅덩이가 하도 넓으니 그저 '알아서' 다니면 되는 거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처럼 하나하나 신호등을 달고 표지판을 세우기가 '불가능'하다고요.
누군가 제게 초보 운전자는 미국에서 운전하기가 훨 쉬울 거라고 하던데, 거대한 8차선 도로를 한 3시간 정도 직진만 하게 되는 주행 코스가 대부분이라 도로 주행은 그럴 것 같다가도, 이렇게 끼어들기 같이 도로 주행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는 한 100대 정도 보내고서야 끼어들 수 있겠구나..싶었습니다. 시속 130km가 기본이라 잘못 끼어들었다간 뼈도 못추릴 것 같았거든요. |
|
|
여튼, 놀란 제게 "여기서는 그냥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돼. 근데 이제 하지 말란 걸 하면? 벌금 때려 맞는거지" 라고 지인이 말했습니다. 교통 법규 위반이 최소 4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왜 미국에서 다들 'freedom'을 외치느지, 그 freedom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도로 위에서부터 살짝씩 실감이 났습니다. '모든 건 up to you, 자유도 네꺼, 책임도 네꺼. 깎아주고 뭐고 없고 오롯이 네 책임' 이런 느낌이랄까요.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감형해주고, 뭐하고 뭐하고.. 가중 요소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감형 요소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요소들이 참 많은 우리나라와 비교되어 보이다가도, 사회상을 담은 것이 곧 법규이기에 법규에서 보여주는 이 차가운 엄격함이 또 일반 생활에도 묻어나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면서 왠지 한국 생활의 정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법규에서 정이 필요하단 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2. 사랑에 '진심'인 사람들
제가 있던 지역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이 되면 정말 바깥이 고요-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오후 5시만 되면 자리가 전부 텅 비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구내식당이 있어도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밥을 먹고요. 5시 이후부터는 산책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매우 고요한데, 창문 꽉 채워 드리운 블라인드 사이사이로 노란 불빛 아래서 가족들이랑 저녁을 만들어 먹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
|
|
요즘 90년대생들이 그리워하는 것 중 하나가, 아파트 단지에서 친구들이랑 한창 뛰어놀다가 화투 패에 나올 법하게 붉어진 해가 떨어질락 말락 할 때 쯤 엄마가 밥 먹으라 부르면 풍기는 밥 냄새를 따라 집에 들어가던 그런 풍경이라고 하더라구요. 미국에서는 이런 풍경이 아직 일상인 것 같았습니다. 근데 이제 애들이 나와서 노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퇴근을 해서 집으로 간다는 게 좀 다르지만서도..ㅎ 신기하게 어린 아이들은 많은데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와서 놀지는 않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랬습니다.
여기서 드는 근본적인 궁금증 하나.
이렇게 다들 가정적인데... 대체 왜 이혼율이 그렇게 높은 것인가?
그렇지 않나요? 앞뒤가 안 맞게 느껴졌습니다. 오래 산 지인한테 들은 답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김씨네: 여기는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를 않아. 저녁에 퇴근하고도 다들 집에만 있나 봐?
지인: 여기 사람들은 5시만 되면 무조건 퇴근해. 집 가서 가족들이랑 밥 해먹고 시간 보내거든. 가족을 진짜 끔찍하게 생각해. 그리고 코로나 이후로 대부분 재택이 되어서 일도 대부분 집에서 다 해.
김씨네: 그렇게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왜 이혼율이 높은 거야?
지인: '사랑'에 진심인거지. 그렇게 가족을 '사랑'하다가,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또 그 사람이랑 가족 꾸리고 찐하게 '사랑' 하는거야.
김씨네: 😳.. 근데 집에만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눈이 맞아? 그럴 시간이 어딨어?
지인: ...그러게 말이다. 만날 사람은 다 만나던데. 아, 그리고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요리해먹고 뭐 맛있는 거 먹고 이런 게 낙인 경우가 많아. 그러고 보니까 더 신기하네, 언제 새 사람이랑 또 눈이 맞는건지...
여기까지. 여튼, 그렇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지인의 의견일 뿐이지만요!
3. 투박함 vs 섬세함
둘이 한 끼를 먹으면 6만 원 돈은 우습게 깨지는 외식비에 근처 마트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작은 홈플러스가 여기서는 '타겟'이라는 곳인데, 도로에서 보여준 그 투박함이 무색하게 식음료 진열대에서는 엄청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노란, 누런, 샛노란, 싯누런, 누리끼리한, 노르스름한..' 같이 하나의 색이 수많은 형용사로 표현되는 것의 실사화를 본 느낌이었는데요.
케찹도 제로 슈가 케찹, 오가닉 케참, 노 솔트 케찹, 글루텐 프리 케찹...
과일 음료수도 과일 100% 음료, 로우 첨가물 음료, 로우 슈가 음료, 제로 슈가 음료 등..
빵도 곡물, 화이트, 통밀, 글루텐 프리.. 등등
|
|
|
먹는 것에 있어서는, 특히 가공품에 있어서는 정말 선택지가 다양했습니다. 앞선 지인의 말처럼, 먹는 것을 참 중시하는 사람들이기에 이러한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선택이라는 것도, 있는 줄조차 모른다면 선택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자본주의의 나라 아니겠습니까.
카드 승인도 한 번 결제 한 뒤라도 오버 차지가 발생하면 알아서 취소되고 추가금이 알아서 재결제 되는 시스템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우버도 사전 결제를 하더라도 도로 상황에 따라 우회하거나 유로 도로 등을 사용한다면 사전 결제가 취소되고 추가금과 함께 재결제 되고, 반대로 금액이 사전 결제 금액보다 적게 나왔다면 환불을 해줍니다. 재즈 바에 가도, '오후 8시 전까지는 무료 입장!'이라는 팻말에 따라 7시에 입장하고 술값을 결제하더라도 그 자리에 1분이라도 더 8시 이후까지 머문다면 알아서 카드 결제가 취소되고 입장료가 더해져 재결제가 됩니다. 처음에는 카드 승인 내역을 보고 한 두번 놀란 게 아닌데, 자본주의의 세심함(?)을 피부로 느끼고 왔습니다.
필요한 곳에서는 세심하되 굳이 싶은 곳에서는 최소한만 남겨놓는 투박함. 그 선은 각 사회마다 다 다르겠지요. 새삼 우리나라에서는 그 선의 경계가 어디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4. 나이스한 독고다이人
대망의 마지막.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저는 사람들이 다들 밝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 나누고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건넨다는 점들이요. 참 서로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가도, 참 서로에게 관심이 없더라구요. 인사를 건네는 것도 관심이라기보다 성향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처 수영장에 가도 남녀노소 아랫도리만 가리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일상이고, 남이 뭘 하건 하등 상관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달랐습니다.
|
|
|
공항에 줄을 섰을 때인데,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분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분들이 계셨고요. 놀랄 건 분명 아니지만, 휠체어에 타신 분들끼리, 그리고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세상 신나게 웃고 떠들고 계셨습니다. 입국심사 하는데도 그분들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패스도 있었고요. 휠체어가 있든 없는 다를 건 하나 없는데도 그 화기애애한 모습 자체가 정말 오랜만에, 그리고 이국적으로 느껴진 듯한 제 기분에 왠지 모르게 살짝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너는 너, 나는 나를 그 누구에게나 깔끔하게 실천하는 모습이 어쩌면 자본주의의 칼 같은 모습의 일면으로 작용하는 것이려나 싶기도 했답니다. |
|
|
그래서일까... 그냥 카트를 다들 냅다 던져두고 나감 |
|
|
문득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사회에 살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온다면 어떻게 바라볼 지 궁금해졌습니다. 돌아다닐 수록 제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도 아니고 우물 안 올챙이 발톱 정도라는 점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우물 밖 개구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미국 가면 살찐다? 아닙니다🙅♀️🙅♀️
저랑 주변 사람들 다 기본 2키로가 빠졌습니다. 생각보다 먹을 게 없고.. 한국보다 덜 짜고.. 땅덩이가 커서 엄청 걸어야하고.. 자동 다이어트 시스템 구비 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