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주차] 가족계획, 프라이멀 피어 우리 댕냥꿍 가족 홍보를 왜 이렇게 삐리하게 해?
완벽한 B급은 사실 A급을 넘어선 S급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니,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가족이 가족이 되다. 이게 말이 되는 문장인가요?🤔
어느 어두운 밤, 노란색 승합차 하나가 지붕에 동물병원 간판을 얹고 달려갑니다. 그 안에 타고 있는 하나같이 표정은 차갑고 눈빛은 매서운 사람들. 얼핏 봐도 범상치 않습니다. 엄마👩, 아빠👨, 쌍둥이 아들👦, 딸👧, 할아버지👴, 전형적인 가족 구성원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어딘가 어색합니다.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네요. 분명 같은 집에 살고 함께 밥을 먹고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가족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일단은 '준가족'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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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 잘못했어요.jpg
절대 건들면 안 될 것처럼 생긴 이 준가족에게 겁도 없이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네요. 누가 봐도 100% 본인 과실인 교통 사고💥🚗를 내놓고서 말이죠. 이후 흐름은 자연스럽습니다. 머리를 맞아 기절하고, 납치당하고, 지하실 철창에 감금되죠.(?)
그리고 또 휠체어🦽에 실려 지하실로 끌려온 남학생 한 명. 나름 학교에서 '일진짱'으로 군림하는 이 친구도 준가족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합니다. 전학 첫 날부터 일진의 표적이 된 쌍둥이들이 일진의 실체를 목격하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엄마의 말에 데려온 건데요. 사실 쌍둥이들도 '해결'의 실체를 본 적은 없습니다. SNS도 못하게 할 정도로 숨어 지내고 매번 이사를 다니는 준가족의 부모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찜찜한 사이코패스라고 그저 짐작할 뿐이었죠.
그런 쌍둥이들에게도 보여줄 때가 됐다며 공개하는 특별한 해결 방법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바로 엄마 '영수'가 가지고 있는 '브레인 해킹'이라는 초능력🦸을 활용하는 건데요, 타인의 생각과 행동, 기억까지 지배하면서 고통을 뇌에 심어놓는 능력입니다. '자 지금부터 주목📍'이라고 말👄하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영수는 그 말을 들은 대상의 뇌에 침투합니다. 동물도 포함이죠.(그래서 동물병원이 잘 되는 게 아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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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마 영수와 아빠 철희, 할아버지 강성은 모두 '특교대'라고 부르는 국가 기관에서 훈련을 받은 인간 병기🥷였습니다. 전투, 안기부 고문, 스파이... 영수 특교대 교관의 말마따나 '국가 재산'으로써 양성되고 사용되었습니다. 그 중 영수는 강력한 능력을 가진 에이스였는데, 갓난 아기인 지훈과 지우까지 납치된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껴 '영희(영수의 본명)를 살리기 위해선 뭐든 하는 '철수(철희의 본명)와 교관이었던 강성의 도움을 받아 다함께 탈출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교관이었던 소진을 죽이지 않는 자비(본인은 실수라고 말하죠)를 베풀었는데, 그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태 '가족 흉내'를 내며 숨어지내왔습니다.
다시 지하실로 돌아와! 영수는 일진의 머리 속에 가짜 트라우마를 심어놓습니다. 죄를 떼어내야 한다며 허벅지 살을 잘라내는 거죠. ⚔️ 물론 진짜 허벅지는 멀쩡하지만, 최면에서 깬 후에도 일진은 고통을 호소합니다. 고깃집 아들래미면서 고깃덩이🥩만 보면 구토를 하구요.
이 모든 과정을 철창에 갇혀 지켜보던 교통사고 시비남은 얼마나 공포스러울까요? 그래도 감금까지 했으니 곱게 보내줄 순 없겠죠? 그런데,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할아버지 강성은 그를 풀어줍니다. 강성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그리고 그 시비남이 선물이랍시고 두고간 시체 담긴 차는 어떻게 해야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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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장르를 말하자면요, 스릴러, 판타지, 블랙 코미디, 가족 드라마, 성장... 뭐라 딱 정의내리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섬뜩한데 웃기구요, 따뜻하지만 잔인합니다. 어디서 본 듯한 소재에 한국의 근현대사(살인 병기 양성에 이토록 당위성을 부여하는 역사라니🤦), 한국적인 가족 정서가 더해져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 듯합니다. 살인사건부터 학교 폭력, 특교대의 추격까지 다양한 사건이 6부작 내에 압축적으로 풀어지는데요, 그 어느 하나 예상 가능한 전개가 없습니다. 이들만의 방식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작품이 가진 독특한 톤앤매너가 톡톡 튀는 대사와 작정한 듯 적나라한 폭력 씬에서 드러납니다.
'나는 김여사가 아니라 한여사'라며 유쾌하게 받아치다가도 한 순간에 목을 그어버리는🩸 전개에 개연성을 더하고, 아담스패밀리 같기도 어벤저스 같기도 한 이 준가족에 고유의 캐릭터를 더한 건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B급 블랙코미디를 S급 액션물로 바꾸는, 설득력 없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광기 어린 눈빛... 한국 영화 팬이라면 모두 알 만한 '연기의 맛'을 선사하는 배두나, 류승범, 백윤식, 그리고 그에 밀리지 않는 로몬과 이수현의 '신인의 맛'까지. 조연까지 포함한 명품 배우진의 '연기 차력쇼'를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짜임새가 허술한 부분도 일부 있지만, 순수한 재미에 비해 화제성이 적어 아쉬운 작품입니다. 🥲<오징어게임2>와 공개 시기가 겹쳤다고 하는데, 일주일에 한 편이라는 공개 방식에 홍보 부족까지 더해 더욱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즌 2에라도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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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풀리지 않는 궁금증도 있습니다. 바로 이들은 왜 이토록 '가족답고🧑🧑🧒🧒' 싶어 하는가, 인데요. 쌍둥이는 그렇다 쳐도 감정을 억제당한 채 사육당한 영수와 철희는 왜 보호자 역할을 넘어 부모가 되고 싶은 걸까요? 가족의 화목함, 애틋함을 포기하는 쪽이 생존에는 더 유리할텐데 말이죠. 스스로를 엄마라 칭하며 아이들을 학대했던 특교대 교관에 대한 반발심일까요?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기 위해 억지로 웃는 연습을 하면서까지 '가족인 척'을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가족이 되기 위해 그런 것들이 필요한가요? 무엇이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걸까요?🤔
이 궁금증은 마지막 화의 반전과 함께 더욱 커졌는데요.(스포 않겠습니다. 제발 봐주세요.) 너무나도 속편을 염두에 둔 앤딩, 밝혀지지 않은 과거 서사 등 시즌 2의 스케일을 기대하게 하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더욱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빌런을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드라마만의 사랑스러움과 코믹함을 잃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즌2 얼른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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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잘난 사람은 무엇을 무서워하나요? 🤐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탕!🔪
번쩍이는 식칼에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됩니다. 몸에는 78번의 자상을, 가슴에는 B32.156 글씨가 새겨진 채로 살해된 누군가.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시카고 가톨릭 대주교 러슈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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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피범벅이 된 채로 살해된 방에서 급하게 도망치는 누군가. 용의자로 지목된 애런입니다. 사진을 잘 보면,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합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런 표정인데요. 켄터키 출신으로 말을 더듬는 이 소년이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붙잡힙니다.
그의 행동과는 다르게 주교의 피로 범벅이 된 옷과, 그의 몸에서 나온 주교의 반지라는 물증은 그의 소행을 입증하는 듯 보입니다. 이런 에런에게 거물급 변호사가 무료 변호를 자청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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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마틴입니다. 진실은 12명의 배심원들을 설득하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 자부하는, 자칭타칭 잘 나가는 변호사입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맡아 몸값을 높이려는 명목이죠.
명목이 어쨌든, 둘은 만납니다. 마틴은 그가 선하다고 믿는데요. 말더듬고 순박한 소년을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사건 정황을 묻는 마틴에게 에런의 진술은 이러합니다.
자신은 자주, 잠깐씩 기절을 하는데 그 날도 그랬다고요. 주교의 방에 갔을 때는 피 범벅이 된 주교를 봤고, 그 위에 드리운 누군가의 그림자를 봤다고요. 충격을 받아 잠시 기절했는데, 깨보니 자기 몸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증언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신가요?
저라면 '..?'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여러 변호물(?) 영화를 보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 같은 정황을 말하는 피고의 말을 들어주는 단 한 명의 변호인의 이야기가 자주 펼쳐지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어쨌든 영화니 믿고보자, 라는 마음으로 일단 봤습니다.
마틴은 방 안에 제 3자가 있었다는 애런의 말을 듣고 제 3자의 존재 증명을 변호 방향을 잡습니다. 그는 애런이 무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무고해야만 합니다. 왜냐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에게 진실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승소가 아닌 재판은 그에게 무의미 하니까요. 초반에는 승소에 집착해 애런의 무죄를 믿는 듯 보이지만, 점점 그는 진심으로 애런의 무죄를 믿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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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믿음이 승소를 만드는 건 아니죠. 승소를 만드는 건 증거입니다. 이미 명백한 물증이 있는 애런은 패소 위기에 처합니다. 마틴은 받아들일 수 없죠. 무고한 애런에게 사형이 처해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렇게 그는 끈질기게 제 3자의 행방을 좇습니다. 그렇게 한 명의 뒤를 쫓게 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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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의 집에 있던 알렉스라는 소년을 발견합니다. 그리곤 충격적인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제단 복사 (가톨릭 미사에서 사제를 돕는 아이들) 였던 애런과 알렉스, 그리고 애런의 여자친구 린다 셋이서 성행위 하는 장면을 대주교가 촬영했다는 사실입니다. 영상은 한 비디오 테이프 안에 녹화되어 있었고요.
‼️여러분이 마틴이라면, 이 증거를 재판에서 공개하실 건가요?
공개한다면, 애런이 대주교를 살해할 동기를 명확히 입증하는 꼴이니 애런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마틴은 공개하기로 결정합니다. 왜였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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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이 다중인격 환자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가 위협적인 상황에 놓일 때마다, 말을 더듬고, 순해 빠진 애런을 대신해 거칠고 폭력적인 '로이'라는 인격이 튀어나왔습니다. 로이는 자신이 대주교를 죽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애런은 로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죠. 로이가 활동하는 시간은, 애런에게 정신을 잃고 기절한, 블랙아웃의 시간입니다.
결국 로이었던 애런이 대주교를 죽인 겁니다. 그러나 몸은 하나라고 할 지 언정, 대주교를 죽인 건 애런이 아닌 로이입니다. 그러니까 애런은 무죄를 받아야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정신 질환은 법정에서 참 인정받기가 어렵죠.
그럼에도 마틴은 애런의 무죄를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마틴에게 애런은 무죄여야 했으니까요. 법정에서 그를 살살 긁어, 폭력적인 '로이'가 튀어나오도록 만들죠. 마틴의 완벽한 승소였습니다. 무죄여야 했고, 그렇기에 무죄라고 믿어갔으며, 물증이 유죄를 말함에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고, 자신의 피고인인 '애런'에 최선을 다해 그가 무죄임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반전의 반전의 굴곡입니다. 그치만? 이 영화는 '다중인격' 영화가 아닙니다. ‼️'다중인격 환자의 살인을 어떻게 봐야하는가'가 영화의 핵심이 절대! 아니란 말이죠.‼️ 더 큰 무언가, aka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데요. 바로 마틴이 놓친 '무언가'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틴은 무엇을 놓쳤을까요?
마틴은 정신 분석가의 면담을 통해 애런의 다중인격 증상을 알게 되었는데요. 애런이 처음으로 로이로 변하던 순간이었습니다. 항상 그를 녹화하던 카메라가 배터리가 나간 찰나, 애런은 로이로 변합니다. 그 찰나의 순간이 녹화된 영상을 마틴은 돌려보지만, 마틴은 그 '찰나'의 순간을 보지 못합니다.
이게 무슨 대수냐고요? 그러게요, 이 작은 것이 뭐 그렇게 대수일까요? 무죄인 자신의 피고인의 영상 속에서 피고인은 어디까지나 그저 '환자'일 뿐이었는데 말이죠.
대주교를 죽인 것은 정말 '로이'가 맞을까요?
앞에 언급한 B32.156 문자 기억나시나요? 인자해보이는 겉 모습 뒤로 추악한 짓을 벌이던 대주교의 가슴에 적혀 있던 글씨로, 책 <주홍 글씨>의 한 구절이 담긴 페이지를 뜻합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어떤 인간도 진실한 모습을 들키지 않고 두 개의 가면을 쓸 수는 없다'
이건 비단 대주교에게 적용되는 말일까요? 마틴은 무엇을 놓친 걸까요? 그의 진실한 모습은 어떻게 들키게 되는 걸까요? 로이는 정말로 대주교를 죽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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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은 의미심장하게 끝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말할 수 없어 저도 참 답답한데요😩 1996년 영화인데, 어쩌면 지금 양산되고 있는 법정물의 근본 오브 근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라이멀 피어>, 해석하자면 원시적 공포일 텐데 인간에게 진정한 원시적 공포란 무엇일지, 우리의 내면에 고이 잠든 원시적 공포는 무엇에 일깨워질 지 생각하게 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신념은 삶의 원동력인 동시에 삽시간에 공포로 변모할 수 있는 참 무서운 존재라는 것 역시요.
변모하는 이상으로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자신만의 굳은 신념인 것 같습니다. 살아가며 신념이 올곧아 심지 굳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굳은 심지로 인해 눈 앞이 가려지는 것은 또다른 암흑의 공포를 만들어내니까요.
영화 포스터에 있는 마틴의 모습과, 두 가면에 대해 말하고 있는 문구와 그 뒤로 하얗게 드리운 천사 날개 모양의 그림자를 보며 원시적 공포를 다시 한번 느껴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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