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우주가 될 수 있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1억 전 세계인의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여러분들은 생존용😇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딱 세 가지가 있습니다. 헬스장 가서 미세혈관까지 울릴 법한 노래 진동에 뇌빼고 운동하기🏋️♀️, 고오오- 소리 진동하는 우주 영상 보기🪐, 그리고 뇌에 여유 공간이 남아 있다면 몸에 관련한 무언가들 보기🦶입니다.
몸을 고달프게 만들수록 도파민이 솟구치고, 뇌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구요. 우주 관련 무언가를 보고 있자면 태양조차 중심 축에 끼지도 못하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그 중에서 티끌보다 못한 질량을 차지하고 있을 지구의, 그 중에서도 81억 명 중 한 명인 나의 스트레스가 참 무상하게 느껴지고요.
반대로 몸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경이로운 인류의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인공 기관들조차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내 몸 속 장기들이 쉼 없이, 평생 오롯이 '나'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미안해서라도 정신이 차려집니다. 37조 개의 세포가 너만을 위해서 움직이는데 너가 뭐라고 이리 방탕하게 살고 있느냐... 이런 자학적 깨달음이 있달까요ㅎ
뼛속까지 문과인 터라, 해부학 관련 내용은 끽해야 유튜브 '생로병사'까지가 제 이해의 최대치입니다. 그래서 자주 의사나 간호사가 쓴 긴박한 생로병사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들만을 읽곤 했었는데요, 이번에 저를 이 스트레스 해부의 세계에 입문시킨 책의 저자,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작가가 의학 교양서를 냈다는 소식에 10일 간의 기다림 끝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했습니다.
의학 교양서🥼라는 카테고리에 살짝 긴장했는데, 웬걸. 찐 문과에게 오히려 다급한 응급실 내의 상황, 대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느낀점 순으로 짦막하게 글이 전개되는 다른 의학 에세이보다 배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결론이 없으면 복장이 터지는 한국인의 심리를 탁월하게 이용한 글 전개 방식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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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응급실 전화기가 울렸다. 5층 높이의 공사장에서 인부가 추락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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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몸통과 팔다리를 보았다. 오른쪽 정강이가 터져서 하얀 뼛조각이 튀어나와 있었다. 구급대가 막아놓은 거즈를 열자 혈액이 폭발하듯 튀었다. 무조건 개방성 골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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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생님, 환자 의식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데요"
간호사의 말에 돌아보니 환자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의 이름을 거듭 불렀다. 그러나 환자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왼쪽 정강이가 칭칭 감아둔 오른쪽 다리보다 더 심하게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발 아래쪽은 완전히 창백해져서 도화지 같았다. 발목 위에서도 맥이 잡히지 않았다. 이대로는 CT실로 보낼 수 없었다. 심정지가 발생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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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살았을까요? 어떻게 살았을까요? 무엇이 갑자기 문제가 됐던 걸까요..? 이렇게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에 대한 궁금증만 심어두고, 인트로 에피소드가 끝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에피소드와 관련된 해부학 지식들을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에피소드 다음 문단부터 근골격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는 식이죠. 같은 근육체계여도 조류와 호랑이, 곰과 개구리의 파워 펀치력은 왜 다른지,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은 왜 직립보행을 하는 인류보다 추간판(디스크) 탈출증 발생이 드문지, 일상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은 추락하더라도 왜 특별한 후유증 없이 회복하는지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육과 힘줄, 인대의 회복력과 같이 가장 에피소드와 직접적을 관련된 지식까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서야, 다시 환자의 상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왼쪽 다리는 '구획증후군'이었다는 판단을 한 뒤, 메스로 근막을 열어 압력을 줄이는 등 치료 과정을 상술합니다. 해부학 지식이 전무한 1인의 입장에서, 처음 에피소드가 제시되었을 때는 '어떡해', 라는 심정과 상황에 대한 긴박감만 느껴졌다면 관련 설명 이후에는 치료과정을 보면서도 과정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게 되더라고요.
마치 의학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멋지게 처치를 할 때 '메스', '자, 이제 잘 닫자', '살았어!' 정도만 알아듣다가, 나름 전 과정이 무엇을 하는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 느낌이랄까요. 그 뒤 환자의 생사 여부와 우주의 신비만치 경이로운 인간의 신비에 대한 본인의 감정으로 굵은 챕터가 마무리됩니다.
사실 저는 CPR의 방식조차 완벽하게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의 의학적 무지가 부끄러워서, 문상훈의 말마따나 제 자신을 태교하듯 살아보려다 막상 제 자신에게 뭘 어떻게 대해줘야할지조차 몰라서(like 스트레스 시에는 어찌 대해주고, 몸이 부을 때는 어찌 대해주고...), 그리고 이런 무지한 주인을 둔 37조 개의 세포들은 뭔 죄인가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화, '심장', '호흡', 그리고 마지막 '삶과 죽음'까지, 총 12개 카테고리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진부하지만 정말로 인체라는 경이로운 우주에 대한 경탄😱이었습니다. 결국 내 몸속 모든 것들이 결국 나지만, 생각을 가진 김씨네의 자아에 입각해 한발 물러서서 제 육신을 바라보면 도대체 내가 뭐라고 이런 정교하고도 복잡한 일련의 일들을 평생 해주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보수가 있기에 일을 하는 거잖아요? 누가 평생을, 그것도 같은 작업만 반복하는 일을 무보수로 하겠습니까? 타인을 그렇게 부리는 인간은 지금쯤 구속되..었겠죠. 여튼 그렇기에 제 자신은 참 축복받은 사람 같습니다. 근데 이건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에블바디 모두 다 축복받은 사람들인 거죠!
이쯤에서 다시 책 서문이 떠오릅니다. 환자와 의사의 조우는 서로 다른 두 우주의 조우이고, 우주만치 경이로운 인체의 신비를 '믿고' 의사는 처방을 내린다고 합니다. 축복받은 모든 이들이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우주의 경이로움에 벅참을 느낀다면, pakpak한 우리 사회가 쬐끔은 덜 pakpak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축복받은 이들이여, 오늘도 내일도 언젠가도 행복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