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주차] 썸머워즈, 서초동 디지털은 세상을 지배하고
아날로그가 세상을 구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재 수학 소년 겐지는 아르바이트도 남다릅니다. 개인, 기업뿐만 아니라 관공서, 정부까지 사용하고 있는 사이버 가상 세계 'OZ'의 보안 관리 업무를 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 'OZ'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사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남녀노소 모두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간단한 문자 전송부터 복잡한 업무까지 자동화할 수 있거든요.😮 'OZ'에서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그 캐릭터로 권투하는 게임을 하기도 하죠.
겐지는 또 다른 색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받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학생, 나츠키의 할머니 생신 잔치를 도와주는 것! 놓칠 수 없는 기회에 겐지는 여름방학의 시작과 함께 나츠키의 고향 우에다로 향합니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지나,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여름날 첫사랑의 추억을 쌓으러 갑니다. 방학이 어떻게 흘러갈지 한 치 앞도 모른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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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이고 지고 겨우 증조할머니를 비롯한 대가족을 마주합니다. 나츠키는 사실 161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진노우치 가문의 딸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저택과 셀 수 없는 가족 구성원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제야 '진짜' 아르바이트 내용을 알려주는 나츠키! 바로 편찮으신 증조할머니를 위해 자신의 남자 친구, 그것도 약혼자, 그것도 명문가 출신 도쿄대생, 유학파인 척을 하는 것입니다...!🤷♂️🤷♂️ 이거 취업 사기 아닌가요? 곤란함은 잠시, 화목한 가족들 사이에서 즐겁게 지냅니다. 끈끈하고 굳건한 단합력에 겐지는 놀라면서도 묘한 안정감을 느끼죠.
그날 밤, 겐지의 핸드폰으로 2056자리 숫자가 날라옵니다. 수학 천재의 본능으로 암호를 해독하고 만 겐지. 답장을 보내고 개운하게 일어난 다음 날, 세상이 바꿔놓을 줄도 모르고 말이죠. 사실 그 암호는 'OZ'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AI '러브머신'🤖을 깨우는(?) 암호였습니다! 러브머신은 유저들의 계정을 흡수하고, 급기야 OZ에 연결돼 있던 공공 인프라까지 건드립니다. 신호등을 멋대로 조정해 교통 체증이 일거나 어떤 지역은 아예 전력 공급이 끊기기도 하죠. 소방관과 경찰관, 모두가 혼란에 빠져버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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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는 이 공황 상태의 주범으로 몰립니다. 이미 조잡한 모자이크만 된 채로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도 축하할 건 해야죠. 계획대로 할머니의 생신 잔치를 열었는데요, 웬 불청객이 하나 찾아옵니다. 증조할아버지 첩의 자식인 와비스케가 온 것입니다. 그것도 10년 만에...! 사츠키를 제외한 모두가 그를 반기지 않는데요, 거기에 더해 와비스키는 자신이 이 상황을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말합니다. 그 '러브머신'이라는 AI를 만들었다는 거죠. 증조할머니마저 불같이 화를 내며 칼🔪을 겨누고(진짜... 말 그대로 사무라이 칼을 겨누심... 이 시대의 테토녀) 와비스키는 떠나는데요. 그날 밤, 겐지와의 화투를 끝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십니다.😢😢 OZ가 관리해 주던 건강 경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한 거죠.
겐지와 가족들이 나설 때입니다. 와비스케도 돌아오구요. 이들은 과연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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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 시원해지기 전에 여름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으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썸머워즈>는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과 가족애를 그린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13만여 명의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했지만, 2009년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애니상', 2010년 3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사회 기반 시설의 오류로 전 세계가 마비되는 현실 세계의 위기, 제목의 웅장함과 달리, 감독은 그 위기의 심각성보다는 대가족의 왁자지껄함과 따뜻함으로 영화를 채웠습니다. 마지막 전투 전 가족들이 함께 모여 먹는 따뜻한 밥 한 끼🍚, 같은 곳을 노려보며 하나같이 손에 쥔 작은 게임기🎮... 거대한 힘에 맞서기 위해선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야 한다는 간단한 메시지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어벤져스>나 <1987>에서 그랬듯,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는 장면의 뭉클함과 웅장함도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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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머니가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고위직들을 많이 아는 할머니.... 역시 일본에서는 가문의 힘이 강하구나. 마비된 디지털 세상을 해결하기 위해 손으로 쓴 전화번호부를 하나하나 넘기며 다이얼을 돌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의 정서가 물씬 묻어났습니다. 세상이 디지털화되어도 아날로그만이 갖는 힘이 있고, 혐오와 개인화의 시대에도 '함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2009년 작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스템 디지털화 환경, 그로 인한 사람들의 공포를 꽤 잘 예측했다는 것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어울리는 사람들은 수많은 SNS를 연상시키구요, 카카오톡 서버 마비 사건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떠오릅니다. 물론 공공 서비스, 사회 기반 시설까지 한 시스템에 묶여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요. AI '러브머신'🤖이 이 혼란을 일으킨 원인이 '더 배우고 싶다'라는 욕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딥 러닝 기술도 떠오릅니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이미 인간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언젠가 사회 근간을 흔들고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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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이세돌 님은 다행히 AI가 세상을 지배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요, 그보단 특정 세력이 기술을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지배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AI의 틀에서 벗어난 독창성을 경험한 만큼, AI에 대해 깊이 사유한 흔적이 드러나는 발언이 많습니다. 이 외에도 나름 AI와 연이 깊은 분들끼리 어렵지 않게 나누는 대화가 흥미로우니, 위 영상도 시청해 보심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인류애의 상실이 자발적으로 AI에게 복종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순 없으니, 지혜롭게 쓸 방법을 궁리해야겠죠? AI가 아무리 세상 모든 것을 학습해도 결국 인간만의 영역이 있습니다. 감각과 감정. 돈을 훔쳐 달아나 10년 만에 돌아왔지만 밥 한 끼 먹이고야 마는 아픈 손가락 아들에 대한 애증💘, 온도계나 습도계의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름날 땀방울의 끈적임🌞💦 같은 것들요. 호소다 마모루가 그린 여름의 감각이 드러나는 gif 몇 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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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이나 해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머리가 벗겨질 듯 더웠던 며칠 전, 선선한 절간에 콕 박혀 있다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오세암>을 보며 엉엉 울다 가게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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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오세암> 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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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조용히 기도하고, 조용히 밥 먹고, 조용히 고양이들 놀아주고, 산책 하다보니 다들 각자의 삶은 있겠지만 뭐랄까, 기(氣) 적으로.. 일심동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속세는 각자의 다름이 최대한 부각되는 곳이다보니 이렇게 피상적으로나마 동체가 되는 듯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속세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휴대폰 전원을 켜는 10초 남짓의 시간이었습니다.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가 전원이 들어옴과 동시에 쏟아지는 알림들에 곧바로 숨막히게 자각되었는데, 그럼에도 몰아치는 도파민 금단 여파로 티빙과 함께 속세의 끝판왕 드라마 <서초동> 11화와 마지막화 정주행을 시작했답니다😅 (도파민 총량 법칙)
서론이 길었는데요, 그래서! 큰 틀에서 '변호사도 직장인 미생이다!'라는 공통점을 내세우면서도 속에서는 각 캐릭터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자 한듯한, 속세에서도 가장 속세스러운 '서초동'에서의 '미생'들의 이야기인 <서초동> 관람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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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섯 어쏘 변호사들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두 명 빼고 각자 다른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는데, 젊은 날 법조인을 꿈꿨지만 사법고시를 넘지 못한 건물주 '형민'이 자신의 건물에 위치한 법무법인들을 모조리 합병하며 이 다섯은 하나의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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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부터 <로스쿨>, <굿파트너>, <하이애나>, <천원짜리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역대 드라마 계보에 의사와 더불어 투탑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한 직업이 아닐까 싶은데요. 국선 변호사부터 로스쿨, 그리고 천원만 받는 변호사와 천재 변호사까지 직업 자체를 넘어 직업의 모든 분야를 다룬 거의 유일무이한 직업군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물릴 수 있는 분야기에 <서초동>은 기존의 과한 부내, 혹은 과하게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덜어내고 다 같은 '직장인'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습니다. 대표 변호사 밑에서 직장인으로 근무하는, 그러니까 사람 쳐놓고도 무죄 받을 궁리나 하는 재벌 3세 사건 등도 군말 없이 변호해야하는 선택권 없는 직장인들의 모습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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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과 비슷한 시기에 방영을 시작하며 '변호사 드라마' 대전에 불지핀 드라마 <에스콰이어> 인데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는데, 전국 1등 천재 신입 변호사가 면접장에 머리를 덜 말린 상태로 지각하고 냉철한 면접관의 미움을 사지만 결국 성장해간다.. 는 로그라인을 보자마자 기시감에 전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초동>의 콘셉트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섯 어쏘들은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모두 다릅니다. 힘 없는 이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 최종화에서 국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는 강희지 변호사 (문가영), 평생 교육자의 길을 택한 하상기 변호사 (임성재), 이성과 온정을 함께 갖춘 검사를 꿈꾸는 변호사 (강유석), 육아휴직과 경력 단절 앞에서 고민하는 배문정 변호사 (류혜영), 그리고 강희지 변호사를 만나 로봇 그 자체에서 심장을 갖춘 개업 변호사가 된 임주형 변호사 (이종석)까지.
미생으로 묶여있던 이들이 변호사라는 직업군 내에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루트 (총 5가지나..)를 담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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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러 드라마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메인 주인공 혹은 메인 주인공 커플의 서사를 위주로 적게는 한 명, 많게는 두 명 정도의 서사를 더한 스토리가 대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보면서 좋아했지만 스쳐지나가기만 하는 캐릭터들을 보면서는 분량에 대한 아쉬움이 남곤 했었습니다. <멜로가 체질>의 '그대의 눈동자의 cheers~' 손석구처럼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보며 문득, 다양한 캐릭터 이야기와 깊이 있는 캐릭터는 공존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 명 모두의 이야기를 담으려다보니, 그것도 모두 다른 이야기를 다루려다보니 자주 집중하는 캐릭터가 바뀌어서 깊게 몰입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더 깊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싶기도 하면서요.
특히 메인 캐릭터 간 서사가 조금 아쉬웠는데요, 서로 투닥거리던 임주형(이종석)과 강희지(문가영)이 중반부부터 커플이 되는데, 계기는 '10년 전 홍콩에서의 영화같았던 첫만남'입니다. 연출도 대만 청춘영화처럼 아름답고 예뻤지만, 어떻게 만나서 어떤 감정을 더 쌓았고, 변호사로 만난 둘이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둘의 러브라과 임주형의 변화 과정이 덜 (?)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랑했던 전 여자친구의 이혼소송에서, 폭력적이었던 남편, 즉 상대측을 변호하던 임주형에게 이성을 뛰어넘는 감정이 생기게 되는 과정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처럼, 여러가지 작은 사건들을 거치면서 주인공 우영우가 성장해가고, 그 과정에서 가까워진 친구들, 제대로 만나게 된 친엄마 등 여러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큰 플롯을 작은 사건들로 분할해 각자 다섯명의 어쏘들에게 분배한 뒤 그들의 서사를 풀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작은 사건들을 관통하는 큰 플롯이 있다기 보다,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에서 다섯명 각각의 플롯들이 생성되다보니 파편화되어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 자체가 '미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여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탐색을 끝마치고 미생을 깨고 나오는 모습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시청자로서 해당 상징이 조금 더 깊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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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는 말만 많이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변호사 드라마 특성상 수많은 사건과 상황이 등장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다섯 변호사들의 제각각의 방식들을 볼 수 있다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대처하는 방식이 180도 다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여담으로, 각자의 삶이 버거운 수많은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기도, 아니면 속세를 떠나 절로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해결을 택하거나, 해탈을 택하거나요. 극 중 임주형(이종석)도 미생의 삶 앞에서 차마 속세를 외면할 수는 없으니 미생으로서의 해탈 (=상사말에 감정 빼고 일하기)을 택하다, 강희지(문가영)을 만나 자신의 인생 해결을 택하고요.
각자마다의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속세인들의 한많고도 다이나믹한 사건들과 더불어 특정 직종에서도 국룰로 통하는 미생의 애환을 함께 보고 싶은 분들에게 <서초동>을 추천하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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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도 그렇고, <서초동>도 그렇고, 요즘들어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들이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공감을 받고자 하는(?) 시도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언슬전>에서 오이영이 빚에 허덕이는 것도 그렇고, <서초동>에서는 변호사도 미생이라고 그리고요. 댓글들을 보면 다 사람 사는 일인데 친근감 있고 좋다,는 의견도 있고 기만..으로 느껴진다는 의견들도 많은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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