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주차] 김씨 표류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포스터는 슈퍼 B급을 표방하지만 내실은 울트라 S급인 요상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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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 주인공은 왜 울까요?
A. 짜장면을 먹어서요. (진짜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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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김씨 표류기>입니다. 2009년에 나온 영화인데요, 김씨네의 최애 영화이자!! 15년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똑같은 감동과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주인공 김성근. 여자친구에게 무능력도 잘못이라는 말과 함께 헤어짐을 통보받습니다. 에잇, 희망 따위 남지 않은 인생, 한강에 콱 빠져 죽기로 합니다. 근데, 죽는 것도 못하는 이 남자. 한강 물에 쓸려와 한강에 있는 무인도 밤섬에서 눈을 뜹니다. 거진 천만 인구가 모여 사는 서울, 그것도 한강 한복판에 있는 섬에서 구해달라 외치지만, 그의 절규는 허공에서 표류할 뿐입니다. 희망 없는 삶, 사회 속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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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로 목을 매달아 자살하려고 하지만 또 실패합니다. 똥을 누며 죽지도 못하는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펑펑 웁니다. 근데, 아무런 희망도 사람도 없는 이 곳. 사회가 강요하듯 요구하는 희망을 향해 달려갈 필요가 없는 이 곳. 굳이 지금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죽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살아보기로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먹고, 한강을 타고 오는 쓰레기들은 생필품이 됩니다. 그렇게 희망이 없다 여긴 곳에서, 그냥 하루를 살아가면 되는 곳에서 김씨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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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인공, 김정연. 방에서 나오지 않은 지 꽤 오래입니다. 남자 김씨가 밤섬에서 홀로 표류 중이라면, 여자 김씨는 방 안에서 홀로 표류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은 지우고, 인터넷 상에서 아름답고 인기 많은 누군가의 신상을 도용해 살아갑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 누구보다 추앙받는 또다른 '김씨'. 희망을 잃은 채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사람들의 댓글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습니다. 그런 그녀의 취미는 망원경으로 달 찍기. 이 큰 망원경으로 바깥을 바라보던 어느 날, 죽지도 못하는 '김씨'를 발견합니다. 그런 그를 눈팅만 하길 두 달째.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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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남자 김씨로 돌아와, 김씨는 무인도에 버려진 짜파게티 수프🤩를 발견합니다. 워후, 속세의 맛! 짜장면이 급격하게 먹고 싶어지는 김씨입니다. 그의 짜장면을 먹기 위한 분투가 시작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한 씨를 새똥 속에서 찾고, 작물을 키우고, 면을 만들고...
급할 필요 없습니다. 달려가야할 실적 목표도, 죄여오는 시간 압박도 없습니다. 그러던 그를 눈팅만 하던 여자 김씨는, 그에게 짜장면을 배달로 보내주지만, 그는 거부합니다.
짜장면은 그의 희망! 그의 희망을 그 누구도 없앨 수는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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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김씨가 남자 김씨에게 보낸 사과의 쪽지 (유리병에 담아 한강물로 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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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김씨의 희망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한강 정화 작업반이 남자 김씨를 발견하고 시내로 되돌려보냅니다. 김씨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테니 여기 있게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시내에 똑 떨어진 그.
떠밀려진, 사회의 기준에 맞춘 희망이 아닌 스스로의 희망을 찾아가던 김씨. 시내의 버스 정류장 노선도 앞에서 그는 인간세계에 똑 떨어진 타잔이 되고 맙니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여자 김씨. 잠옷바람으로, 맨발로 시내를 뛰고 또 뛰어서 남자 김씨를 찾습니다. 미친 거 아냐...? 의 시선을 보내는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 않습니다. 스스로 찾은 희망을 또 다시 잃어버릴 것만 같은 남자 김씨를 향해 손을 건네주려 남자 김씨를 찾아 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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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김'씨 성. 그리고 OECD에서 여전히 제일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우리나라. 영화가 만들어진 2009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여전히 사회 속에서 1인분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인들, 즉 '김씨'들은 좇아야만 할 것 같은 '사회의 희망'을 찾아 달립니다. 내가 세운 기준이기보다 세워진 기준에 개인의 희망이 맞춰지는 모습. 그렇기에 희망 추구 과정에서 한 끗이라고 어그러진다면, 단체의 룰에 의거하여 그 '김씨'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에 한층 가까워집니다. 여러 번의 어그러짐이 겹쳐지면 남자 김씨처럼 한강 밤섬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지경에 이르겠죠.
그렇지만, 이러한 기준들을 다 제치고, 홀로 세운 희망에 입각해 살아가는 남자 김씨가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을 터득한 자 같습니다. 그렇기에 나만의 희망을 세우는 사람이 가장 강합니다. 나만의 기준인만큼 그 누구도 어그러뜨릴 수 없기 때문이죠. 다만 이를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세상만사 원하는대로 되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런 굴레 없던 밤섬이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여자 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풀어헤친 산발을 밖에 보이기 싫어서,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어린 이마의 흉을 보여주기 무서워서. 여러 이유로 숨었다고 하나 버스에서 질질 홀로 울고 있는 김씨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한강 대교를 맨발로 달리고, 쏟아지는 시선들이고 나발이고 돈도 없으면서 버스에 무작정 올라타 남자 김씨에게 악수를 건네는 여자 김씨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닐까요. 모두에게 사회의 질책보다는, 나름의 희망을 잘 찾았노라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그런 따뜻함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는 시간이 되신다면... 안 되신다고 해도 꼬옥.. 한번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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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꼭 나의 영웅은 아닙니다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원서사를 좋아하시나요? 타임리프물은요? 그렇다면 이 드라마를 보십시오.😉 이 가족은 모두가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또 미워하다 결국 과거와 현재, 미래 속에서 다함께 구원하고 구원받습니다. 제목처럼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상처 투성이지만 누군가를 구원해내고야 맙니다.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가족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정말 적나라하게 담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 초능력을 잃은 가족, 이라는 설정에서 느껴지듯 허전함, 무력감을 느끼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예지몽을 꾸며 가족들을 컨트롤하는 엄마가 등장합니다. 사실 많은 부모가 ‘내가 먼저 살아보니 이렇더라, 이렇게 될 것이다’ 단정하며 자식들을 통제합니다. 여기서 ‘꿈’은 잠잘 때 꾸는 꿈이기도 하지만 ‘소망’을 뜻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식을 위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지만) 자신이 목표하는 ‘미래’에 자식을 맞추려 하는 현실의 부모를 표상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서 자란 자기 확신이 부족한 자식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사고를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아들과 자기 혐오에 빠져 비정상적 남자 관계에 목매는 딸. 또 <인사이드아웃2> 불안이가 연상되는 손녀 복이나는 부모의 사소한 행동에 불안을 느끼는 예민한 아이를 은유합니다. 가족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아끼지만 그래서 그만큼 쉽게 상처를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을 가족애가 흐릿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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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어바웃타임>의 주인공 팀은 과거를 바꾸면 생기는 연쇄작용으로 인해 딸의 현재를 잃게 될까봐 아버지의 죽음을 되돌리지 않습니다. 딸과 아내를 방치하면서까지 과거로 되돌아갔던 귀주와는 다른 선택이죠. 귀주도 미래(현재)를 바꿀 수 있었다면, 그래서 현재의 가치를 미리 깨달았다면 딸 이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귀주가 그렇게 완전한 '사기캐'는 아니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두고 현재를 살아야 하는 '비초능력자'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이니까요. 바라지 않아도 돌아가야 하는 귀주의 모습은 PTSD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도다해는 또다른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입니다. 엄마가 집 나간 뒤 알콜 중독자 아빠마저 죽었습니다. 혼자가 된 열일곱에는 화재 현장에서 죽을 뻔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자신을 구해준 누군가를 생각하며 어찌 됐든 살아갑니다. 지금의 상황과 가족들에게 충실한 삶을요. 귀주는 도다해를 만나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다른 시선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에서 나아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행복을 좇는데만 연연해 불행해진 현재를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미리 보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하늘을 날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 가족은 ‘히어로가 아니었던’ 것은 각자의 능력을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빛이 났던 또는 상처를 받았던 과거, 그리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미래의 관점이요. 그 관점을 돌려줄 구심점이 다름아닌 가족들의 미래를 등쳐먹으려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다소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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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야 행복해라...🥹
‘도다해’의 가짜 가족은 (서로를 협박하고 구속했던) 과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집단입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않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행동합니다. 항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얽매여있던 ‘이나’가 이들 사이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비록 타인을 속이며 살지만 손맛 좋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푸짐한 식탁이랄지 서로를 구박하는 듯해도 항상 모여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오히려 화목해 보입니다. 가진 것도 쥐뿔 없는 그들은 서로의 현재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결국 ‘복씨 집안’ 구성원에게 초능력의 사용법,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게 하며 질병을 치유하는 조력자가 됩니다.
다시 돌아가서, 초능력마저 없는 우리는 ‘현대인의 질병’에 너무나 취약한 존재들입니다. 때로는 가족이 그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가족은 면역력과 체질이라고 비유할 만한 개인의 근본적인 기질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영양소니까요.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질병은 만성질환이 되어 평생을 따라다닐 지도 모릅니다. 비록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은 없을지라도,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불행하다면, 가족과 자신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또 그 현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건 어떨까요? 어느 누구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모두가 바로 옆에 있는 가족을 구원할 수는 있을거라 믿습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단 한사람, 자신만이라도요.🌸
+ 요정 정재형님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셨습니다. 이소라님의 목소리가 빛나는 OST가 정말 좋으니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ost상 받아야 한다고 생각..) 기묘하면서도 따뜻하고 왠지 눈물나는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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