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웹툰은, '아싸 복학생' 주인공 김홍식의 이야기인데요. 인맥이란 없는 조용한 김홍식이 휴대폰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의 메신저를 훔쳐볼 수 있게 되면서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물론 주인공만요. (T-SCOPE이라는 어플 덕분) 홍식은 평소에 관심 있던 박민영이라는 후배를 각종 위험에서 구해준 뒤 민영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과 후배인 박순영과 사귀고 있었던 그녀가 순영과 헤어지고 홍식과 만나기 시작한 것이죠. 그녀의 취향을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덕입니다. 그녀는 김홍식을 보고 '내 맘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하죠.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사람은 하나를 알 수 있다면 거기서 만족을 하지 못하기에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말이 나온 것 아닐까요. 그녀를 만나게 되니 기뻤고, 기뻐서 잘해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더더더 열심히 메신저를 들여다보게 되고... 구질구질한 미련에 민영 곁을 얼쩡거리는 박순영을 치워버리고 싶어 그의 메신저까지 훔쳐보며 박민영 곁을 지키고.. 여기서 끝나면 얼마나 다행이게요. '나만 가능하다'라는 전지전능함, 이를 실천하며 상대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어쩌면 근거 있는 오만함이 그에게 조금 더, 조금 더 부추깁니다. 이제는 TV에 나오는 연예인까지 자기가 만날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회로를 돌리게 되는 거죠. 실제로 이 상상회로는 이루어집니다.
'나의 은밀한 피규어 취향까지 알아준 남자는 처음이야 🥹' -한세련
화려한 연예인 이미지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은밀한 취향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며 최고의 짝꿍을 만났다고 생각한 세련은, 그렇게 홍식과 만남을 시작합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찰떡같이 맞아드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점점 추악해지는 주인공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재미가 없겠죠. 결국 김홍식의 스토킹 짓을 눈치챈 민영과 순영의 연합으로 김홍식은 무너지지만, 이 비밀스러운 어플의 존재를 알아차린 누군가가 김홍식을 바톤터치 할 것을 예견하며 웹툰은 끝이 납니다.
모르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는 범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는 것은? 어쩌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모름과 인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상황이 있겠죠. 자발적으로 앎의 범위를 넓히려는 무수한 노력은, 세상 살아가는데 많은 앎이 당연스레 중요한 덕목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탄생합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모두가 엇 비슷한 현생을 산다는 가정하에 해당하는 이야기겠지요. 그래서 남다른 권력, 혹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 남들과 다른 특권 등이 주어질 때 경계를 가하는 것은 아는 것의 힘을 맛본 자는 더더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아는 것을 활용하는 범주를 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나의 타 범주에 대한 간섭 '가능권'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러나 넓어진다는 것이 곧 해도 된다는 '권리'와 연결된다는 생각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김홍식도 나서서 T-SCOPE 앱을 설치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다가 폰 수리를 받았는데 이런 행운(?)이 찾아온 것이죠. 그렇다면 어느정도까지의 활용이 맞았을까요? 사람들은 보통 '그때 멈췄어야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그 '그때'의 기준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MT 날, 뒷산에서 선배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던 박민영을 홍식이 구해줍니다. 민영이 당시 남자친구였던 순영에게 도와달라는 메신저는 보낸 것을 염탐하고 도와준 것이죠. 홍식의 행동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이후에 그녀를 사사건건 도와주기 위해 (위와 같은 사건을 방지하고자) 메신저를 염탐한 것은? 밤마다 연락하며 집 앞에 찾아오는 순영을 퇴치하기 위해 득달같이 민영 집으로 찾아간 것은? 그러다가 사귀게 된 것은? 그러다가 한세련을 만나게 된 것은...?
나에게 이런 어플이 있다면 사용할 것인가. 연인이 곧 이별을 고할 것 같은 조짐을 보인다면, 친구가 나에게 화가 난 것 같은데 절대 말해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런 어플이 있다면 내가 공을 들여, 어쩌면 더 관계를 악화시킬 위험을 무릅쓰고라고 얼굴을 맞대고 관계개선을 시도할까? 이런 생각들이 듭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누군가가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이 아닌, 내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내가 준수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떨 때는 '아는 게 힘'이라는 무시무시한 파워를 회피하고싶어 '모르는 게 약'으로 도망가버릴 것만 같기도 하구요. 소위 내가 더 많이 안다며 남의 삶에 '꼰대' 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훈수'를 두게 되는 것도 자기 자신에게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너무 널널하게.. 설정한 탓은 아닐지요. 앎의 범주가 간섭의 '권리'와 절대 동일시 되면 안 되니까요.
여러분이라면 이런 무지막대한 권력(?)이 손 안에 있다면, 둘 중 어떤 선택을 하실건가요? 어떤 기준을 세우실건가요?
사진에서도 보이듯 10년 전 작품인데요! 지금은 익숙할 법한 소재기도 하지만 홍식이 자멸해가는 과정이.. 씁쓸하면서도 쿠키를 쭈륵 굽게 만든답니다..🍪🍪
시간되신다면 추천!
(중간부터 약간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읍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