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주차] 미지의 서울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 🔥🔥
'너'가 되어보니 비로소 보이는 '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장인, 학생, 사장님 불문 모두가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겁니다. 나와 얼굴이 똑같은 클론👯이 대신 출근/등교해주는 상황을요.... 기왕이면 일도 잘 하고 성격도 똑부러져서 나 대신 꼴보기 싫은 상사한테 할 말도 해주고 긴장되는 발표도 해줬으면...사실 저는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할 때마다 상상한답니다. 😅
엄마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닮은 쌍둥이 자매 미래와 미지는 이런 상상을 실제로 해냅니다. 어릴 때부터 말이죠. 새끼 손가락을 거는 것이 그 신호입니다. 하기 싫은 걸 서로 대신 해주자는. 체육 실 기 시험도 대신 봐주고요, 맛없는 채소를 대신 먹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덜미를 잡혀 크게 혼나고 머리 길이로 구분'당해'진 후, 한 몸 같던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몸이 아파 공부에 매진하던 미래는 학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 되었고, 급식을 빨리 먹기 위해 뜀박질하던 미지는 그 재능을 인정받아(?) 육상 선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방향만 다를 뿐 각 자의 길에서 순탄히 달리며 유지되던 균형은, 미지가 결정적인 경기에서 삐끗하면서 무너지게 됩니다. 미지는 발목을 심하게 다치고 결국 선수 생활을 접게 됩니다. 대학을 못 간 것은 물론, 몇 년 동안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미지가 방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시간은 흘러 할머니를 병들게 합니다.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 대문을 열고 나가 구급차를 부르기 주저한 자신을 미지는 오래 용서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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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 미지는 죄책감을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전과 비슷하게 밝은 모습으로 고향 두손리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래는 미지가 꿈꾸던 서울로 떠난 지 오래지만요. 대학을 졸업한 후 번듯한 공사에 취직했습니다. 사람은 이름을 따라간다더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미지와 달리 미래는 밝은 내일만 앞두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런 줄 알았죠.🥺 항상 강하고 똑부러지던 미래니까요.
그래서 서울에 미래를 만나러 간 미지는 더욱 충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래는 '괜찮'지 않았거든요. 미지의 눈 앞에서 아파트 창 밖으로 몸을 던질 정도로요. 미래는 어떠한 이유로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노골적인 무시, 소외, 뒷얘기... 공기업은 이직도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 미래를 더욱 괴롭게 한 건 가족들의 기대가 아니었을까요. 미지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는 압박, 할머니 병원비라는 금전적 부담, '번듯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눈길... 미지가 아니었다면, '회사에 가느니 크게 다치는 게 낫겠다'던 미래는 정말로 마지막 숨을 내뱉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간신히 구해낸 미지는 그제서야 강한 줄만 알았던 쌍둥이 자매의 아픔을 듣습니다. 두손리를 떠나본 적 없는 미지로서는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 두손리로 돌아가기 직전, 미지는 오래 잊고 있던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십 수년 만에 처음으로, 두 사람은 새끼 손가락을 마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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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신분 바꾸기가 시작됩니다. 몸이 약한 미래는 미지를 대신해 밭일을 하구요, 미지는 생전 다녀본 적 없는 회사에 매일 출근을 해야 합니다. 물론, 미래(인 척 하는 미지)를 깔보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는 회사요. 미래가 되어보니, 원하는 걸 다 이루고 사는 줄 알았던 미래가 감당해온 삶의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복잡한 전문 용어를 척척 이해하기까지 했을 노력도 짧게나마 경험했구요, 미래가 당한 모욕도 몸소 받아냅니다. 심지어 직장 내 괴롭힘 외에 성추문에도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 속사정을 모두 알 수 없습니다. 역지사지를 몸소 구현한 미지.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지가 그동안 당해왔던 비교와 그로 인해 느꼈을 불안, 소외감을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속 좋게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았던 미지는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자기혐오를 '밝음'으로 덮은 채 매일을 겨우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미래는 미지가 되어보고서야, 미지는 미래가 되어보고서야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빌려 자기 자신 또한 객관적으로 들여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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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바꿀 때 미래와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자꾸 마주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미지의 첫사랑 호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호수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를 얻었을 뿐 아니라 그 사고로 본인이 아빠를 이끌었다는 생각에 아빠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긴 소매로 팔의 흉터를 가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방어적으로 반응할 정도로 자기혐오가 심했습니다. 로펌 면접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나'라고 답하기도 했죠.
지금은 지독한 자기혐오에서 꽤나 벗어난 모습입니다. 스스로조차 갖고 있던 편견을 넘어 자신을 믿어주던 미지의 영향도 조금은 있었을지도요. 그리고 고등학생 때와 달리 초라한 자신이 싫어 호수를 피해오다 미래의 모습을 하고 호수를 마주한 미지. 어째서인지 더욱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게 됩니다. 할머니의 병이 자기 탓이라며 거리낌없이 미지를 비난하고 경멸하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호수가 '그럼 아빠의 죽음이 내 탓이냐'고 되물을 정도로요.😢
미지는 호수와 로사 할머니에게서 비치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마침내 방문을 열고 나올 수 있게 됩니다. 10년, 어쩌면 그보다 오래 전부터 굳건히 닫고 잠궈왔던 마음 속 방문을요. 🚪
내가 나라는 이름으로 누구보다 가혹했던 숱한 나날들. 사슴도 소라게도 모두 살아남으려 애쓰는데 왜 인간은, 왜 나는.. 날 가장 지켜야 할 순간에 스스로를 공격하는 걸까
4화의 나레이션처럼, 사람들은 가장 자신을 사랑해야 할 순간에 자기 자신의 천적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남보다 나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스스로를 공격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타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나에게 관대해질 수 있었던 미래와 미지. 👩👱♀️ 수많은 '타인과 나'가 존재하는 서울 속,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얼마나 밀어붙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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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에는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현대 청년들이 마주한 비교와 불안, 차별이 그려집니다. 미래 직장에 퍼진 헛소문, 로사 할머니의 속사정, 미지 전남친 경구와의 관계 등 깊게 알지 못하면서 기정 사실화되는 '남이 보는 나'. 그리고 은근한 열등감에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감추는 지윤, 자신의 소수자성을 부인하며 기득권이 되기를 욕망하는 호수의 상사처럼 '나'에 의해 더욱 뒤틀리게 그려진 '나'도 있습니다. 드라마는 두 시선을 과감히 뒤바꾸는 설정을 통해 지금 '서울'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깊게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필요한 '자기 객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로 상징되는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남에게도 나에게도 점점 엄격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남도 나도 잘 알지 못하는데 말이죠. 상대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할 각자의 사정이 존재함을 이해하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남만큼이라도 관대하게 대해주기. 그것만으로도 서울이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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