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주차] 지브리풍 AI 이미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김씨네입니다.
오늘은 콘텐츠 글 이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 잠시 적어봅니다.
다름이 아니고 이번 여름까지, 김씨네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글 발행을 쉬어가려고 합니다.
김씨네 감자깡을 쓰는 일이 일주일의 낙이자 취미였고,
그렇게 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 덕에 항상 즐거웠기에 아쉬운 마음입니다.
늦는 한이 있더라도 감자깡과 쭉, 펑크 없이 쓰고 싶었지만 사정상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아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당분간은 감자깡의 이야기로만 뉴스레터가 채워질 예정입니다.
분량은 줄겠지만, 감자깡의 멋진 콘텐츠를 더욱 깊고,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네는 멋지게 재정비해서 여름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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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예고 없이 멋대로 재정비를 마치고 약 두달 만에 돌아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ㅠ
더욱 성실하고 알찬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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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제발 그만 좀 그려줘 (positive)
미야자키 하야오: 정말 역겹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더 따뜻하고 사람같은 느낌으로, 부드럽고 몽환적인 색감을 추가해줘."
요즘은 그림 그리는 데 30초가 채 안 걸립니다. 비싼 미술 도구도 빼어난 미술 실력도,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깜빡이는 커서 옆에 입력할 프롬프트를 알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인지 SNS 속 프로필 사진이 눈에 띄게 정돈(?)된 모습입니다..! 약 10년 전 SNS가 생긴지 얼마 안 되었을 땐, 노란 필터가 잔뜩 씌워진 셀카부터 인터넷에서 저장해 화질이 구린 풍화된 사진까지, 조금 지저분하고 개성 넘치는 사진들이었는데 말이죠. 한동안은 실물이 60% 정도 반영된 AI 증명사진이 프로필을 지배했다가, 최근에는 어떤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이미지입니다. SNS 친구들이 죄다 지브리 속에 들어가 있으니 저도 지브리 속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AI의 대표주자 격인 ChatGPT가 이미지를 지브리(Studio GHIBLI)풍으로 바꾸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지브리 프사 열풍이 분 것인데요. 지브리가 사랑받는 만큼 너무 많은 사용자들이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하는 바람에 '오픈 AI' CEO 샘 올트먼은 GPU가 녹아내린다며 행복한 투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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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새로운 놀이 문화로 보이는 챗GPT 이미지 생성. 실제 지브리 그림과 큰 차이가 없어 열광하는 것인 만큼 지브리 화풍을 따라한 것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걱정됩니다. '지브리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는 AI는 어떤 소스로 학습이 되었고, 그렇게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은 저작권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또한 지브리 화풍이 이런 식으로 소비되다 보면 실제 지브리 작품의 가치가 떨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서비스를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다만 오픈AI도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직접적으로 '지브리 스타일'이라고 입력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스타일은 된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단순히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 그린 것이 저작권 침해 판정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 작가의 화풍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와 매우 흡사하지만 저작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오픈AI는 뉴욕 타임즈를 포함한 미국의 언론사들의 기사를 무단으로 학습에 이용했다는 혐의로 소송이 진행중인데요, 상업적으로 활용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승소했습니다.
어쩌면 저희는 이러한 지브리 열풍 속에서 AI가 '지브리 그림풍'이라는 콘텍스트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AI의 발전 속에서 그들과 공존하고 그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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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러한 사태에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직접적으로 아무런 말을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고 '생명에 대한 모독'이라고 한 다큐멘터리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AI로 만든 좀비 모션을 보고,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이며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와 함께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다'. 문득 어느 순간부터인가 AI가 만든 것들, AI가 찾은 정보, AI의 판단이 사람의 것보다 당연히 뛰어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산 능력은 그러할 지 몰라도, 고통과 아픔, 사랑을 아는 인간이 그린 그림의 깊이는 AI를 능가할 것이 분명한데 말이죠.
어쩌면 인간이 잃은 자신감은, 내 손으로 도전하고 부딪혀 발전해나가는 과정 속 아픔을 견딜 용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AI에게 프롬프트 한마디 입하면 '완성'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런 험난한 과정을 이겨낼 자신이 없는 거죠. 어떠한 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함께 얻을 성장을 뒤로 한 채, AI의 답변을 받아들이고 말죠. 인공지능의 시대, 사람의 뇌는 기억력과 사고력보다는 정보와 AI를 활용하는 방식에 관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장의 아픔, 고뇌가 담긴 창작물의 가치가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다큐멘터리 클립 (원본을 찾지 못해 클립 영상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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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really is no such thing as art. There are only artists"
영국의 미술사학자인 곰브리치가 한 말입니다. 작품 이면의 예술가의 의도, 시대적 맥락을 파악해야 예술을 완벽히 이해한 것이라는 뜻이지만, 현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맥락과 의도가 없는 창작물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창작자가 지워진 AI의 발전을 예술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렇게 10년, 20년이 지나 예술가가 세상에 사라지고 나면, 예술가 없는 예술은 가능할까요?
저는 이 사안과 관련해서 오픈 AI가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관해서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기술이 발전할 무렵부터 AI를 둘러싼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법적,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기 전, 오픈AI는 ChatGPT를 세상에 내놓으며 AI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윤리적 문제를 확실히 다룬 후에 서비스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문제를 눈감고 일단 서비스를 시작한 후에! 이용자들이 참여하도록 만들어 서비스를 인정받는 방식인 거죠. 초창기부터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고, 이러한 방식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ChatGPT는 이후 수많은 윤리 논쟁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학습 소스 활용 문제 뿐만 아니라 거짓 정보 제공 문제, 어린이에게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는 인지 조작 시스템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픈AI는 이러한 문제를 '아님 말고', '아직 개발 중임' 스탠스로 대처해왔습니다.
이를테면, 영화 'HER'속 AI 비서 목소리 역할을 했던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GPT-4o에 사용된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논란에, 다른 성우의 목소리를 변환한 것이고 서비스를 잠시 중단 후 변경하겠다고 대처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스칼렛 요한슨에게 목소리를 사용하고자 접촉했다는 증언이 있었죠. 만약 목소리 변환 과정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해달라고 명령한 정황이 확실하다면 법적으로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배우도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당했는데, 일반 사용자는 어떨까요?
이번 지브리 화풍 서비스 덕분에 오픈 AI의 일일 이용자 수(DAU)가 56% 급증했다고 합니다. 늘어난 이용자 약 45만명이 이미지 변환을 1차례만 했다고 가정해도 최소 45만명, 어마어마한 양의 인물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발적으로 입력한 자신의 사진이 오픈AI의 데이터 학습에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법적 문제는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창작자의 권리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공범이자 수단으로 만들며 성장하는 회사를 '영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최소한 남의 고통을 경시하는) 그들은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습니다. 예술가 없는 예술은 없고, 사람 없는 기술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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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의 삶과 작품에 스며든 가치관을 담은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이 5월 28일 개봉합니다. 대AI 시대, 누구보다 예술가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아날로그의 거장의 삶이 궁금합니다.
+ 스튜디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이라는 뜻입니다. 공교롭게도 AI 자산 소유권과 출처를 보호하는 솔루션을 내놓은 AI회사 이름은 '사하라AI'입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ㅎ
+ 스튜디오 지브리는 지난 2020년 팬들에게 '상식 선에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400장의 무료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지브리를 사랑하는 여러분을 위해 링크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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