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과 월세 25만 원이 공존할 수 있는 단어였다니😮

밀리로드 🍬

핫플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에 월세 25만 원 방이 있다는 사실, 믿어지시나요. 월세 60이면 저렴한 곳이라는 미친헬코리아's 시세를 고려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습니다. 저였다면 '계약했다가 내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안 믿기는 건 글쓴이도 마찬가지였다죠. 그럼에도 꽤나 오래 정붙이고 살 정도로 코지하고 아늑한 집이 되었다고 합니다. 트렌디한 스멜만 물씬 나는, 왠지 거주지로 살기에는 정신머리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성수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되려 푸근함을 느낀 동네였다고 하고요. 아, 월세 25만 원인 이유가 딱 하나 있기는 합니다. 이것만 빼면 정말이지 완벽한 집인데 말이죠. 그건 바로 화장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 가서 전문을 읽어보세요😉

브런치 링크라 무료로 열람 가능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25manwon)

열정 가득, 현실 빈촐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설정으로도 나름 쇼킹한데, 실화라니 더욱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코미디쇼보다는 관찰 예능을, 쇼츠보다는 브이로그를 좋아합니다. 남들은 어떻게 사나, 세상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관음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어 그런 것 같은데요.😇 한 사람의 일생이 그 어떤 대서사시보다 흥미롭다는 말에 격한 동의를 표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사람들의 일상을 합법적으로 보는 유익한! 방법을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밀리로드'입니다. 생각하시는 그 '밀리의 서재' 맞습니다. '밀리의 서재'에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글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브런치랑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밀리로드의 연재 글들은 더 '작품'스럽습니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선택할 때와 비슷한 썸네일로 연재 글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예 책들만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보니 더욱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브런치에서는 작가 승인만 받는다면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지만, (나는 바보다. 이런 한 줄 써도 글 발행은 가능하죠) 밀리로드에서는 '연재' 개념으로 글을 작성하는 거라 한 편의 작품을 올려야 하는 구조입니다. 좀 더 높은 완성도가 요구됩니다.

정해진 날짜에 연재가 업데이트 되는 구조다 보니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음 연재가 기다려지는 맛이 있는데요. 책은 봐야겠는데 육중한 페이지수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책과 거리두기를 하자니 텅 빈 내 머릿속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분들이야말로 딱 밀리로드에 최적화된 분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원하는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어서 읽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서 읽기도 쉽거든요.

물론, 정말 모두가 쓸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콘텐츠 선별에는 시간이 조금 드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를 뒤지다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것처럼, 꼭 맞는 콘텐츠를 찾았을 때의 희열은 가히 최곱니다.

성수에서 월세방 25만 원에 사는 청춘의 이야기, 그 청춘이 추천해주는 성수의 숨은 로컬 맛집들, 팟캐스트를 하다가 왓챠에서 '좋좋소'를 만들다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 삼삼한 '굿파트너'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변호사의 일상 이야기까지. 다양한 개인들이 자신만의 필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사람마다 지문이 있듯 필체도 모두 다른 것 같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작가와의 필체로 그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디지털 서면을 맞대고 아주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알아갈 수 있는 거죠.

되려 누구와 언제든지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구 하나 깊게 알아가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서로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는 것과, 누군가를 깊게 알아가는 건 다른 이야기 같거든요. 되려 방법이 많아질수록 자신을 감추는 피상적인 대면 방식만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는' 사람에게가 아닌 모르는 다수를 향해 글을 씁니다. 아마 내 친구가 밀리로드나 브런치 같은 연재 플랫폼 작가라면, 내가 알던 그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들을 디지털 서면으로 알아갈 것 같지 않나요. '내가 알던 네가 아니야', 딱 그 느낌입니다.

여튼 피상적인 모래알 사회에서 어쩌면 평생 만나지 못할지 모르는 사람과, 25만 원짜리 성수 월세방을 찾는 여정과 그 집의 화장실 이슈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없을 일이었을 겁니다. 짧고도 굵게 타인의 인생사 관음에 동참 & 텍스트 있어빌리티를 챙기고 싶으신 분들에게! 밀리로드 읽어보시라 권하며 물러나겠습니다🫡

➕ 어떤 것부터 볼지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을 위한 추천!

 감자깡 🍟   

주관식당 🤪  

2024년 가장 '핫'했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단연, <흑백요리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엄청난 화제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유행어와 명장면을 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이었죠.🧑‍🍳

백수저 20명과 흑수저 80명 총 100명의 셰프들이 출연한 만큼 셰프와 그 식당들도 덩달아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와 '급식대가' 이미영 셰프 등은 이후 방송가의 단골이 되었고, 정지선 셰프의 '티엔미미'나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식당 앞에는 웨이팅 줄이 끝없이 이어졌죠.

그러나!! 이렇게 물이 들어오는 와중에 노 젓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방송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고 식당은 문을 닫아버린, 우리의 '조림핑' 최강록 셰프입니다.

저 또한 최강록 셰프가 '원픽'이었습니다. 허세나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요리 방식이 멋졌거든요. 특유의 차분하면서 독특한 분위기와 타고난 스타성과 귀여움으로 팬들을 대거 양상해놓고, 근황조차 알려주지도 않다뇨 ㅠㅠ 그저 애가 탈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흑백요리사>가 종영한 지도 수개월이 지나서야, <냉장고를 부탁해 2>를 기점으로 천천히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본인만 몰라 하하버스 모먼트를 뽐내주고😝) 또다시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의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심지어 식당 주인으로 말이죠!

최강록 셰프와 문상훈 알바생이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주관식당>은 메뉴판이 없습니다. 손님들이 '주관식'으로 주문을 하면 주문서를 '주관'적으로 해석해 딱 맞는 음식을 대접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손님이었던 장기하는 '어쨌든 감자탕이긴 하지만, 와인과 잘 어울리는 새로운 감자탕'을 주문했고 맑은 국물의 감자탕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으로, 손님은 돈을 지불하는 대신 메뉴 이름을 지어주면 됩니다.

<주관식당>을 보다보면 최강록씨의 주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요리라는 게 꼭 거창하고 대단할 필요는 없지만, 먹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 생각하는 것 같아요. 주문서의 단어 하나하나를 아주 섬세하고 깊게 고민하는 모습에서 요리를 기술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서 접근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주관이 잘 드러나는 장면으로는, 게스트 가비씨와의 대화 중 스스로를 '셰프'가 아닌 '조리사'라 칭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셰프는 조금 더 팀적인 의미가 강하고, 본인이 하는 것은 요리라기보단... (이라고 말을 흐리며) 조금 더 갈고 닦아보고 싶다 말했습니다.

어디까지가 조리이고 어디부터가 요리인지, 셰프와 조리사 사이의 선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우승자가 스스로를 셰프라고 칭하지 않는다는 말이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조리사' 중에는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든 손님에게 독창적이고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요리사라 칭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만큼 요리에 대한 기준이 높은 거겠죠? 그의 음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하려 하는 자세에 다시 한 번 팬이 되었답니다.😍

서울에만 몇천 개의 식당이 있지만 사실 어딜 가도, 몇 십 만원을 써도 오직 저만을 위한 요리를 먹기는 불가능합니다. 오마카세도 사실 잘 짜여진 코스요리에 불과하고, 정말정말 돈이 많아서 전문 셰프를 고용한다 한들 매 끼니에서 정성과 진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전.. 모르지만 말이죠) 아무리 외식업이 상향평준화되어도, 배달업이 발달하더라도 '집밥이 최고'인 이유겠죠. 할머니의 비법 양념이 들어간 김치, 아빠의 필승 라면 조합, 배우자와 함께 만드는 우리만의 디저트. 그 자체로 개성이고 요리입니다.

최강록 '조리사'의 매력은 틀에 박힌 조리만 하지 않는 주관 같습니다. <주관식당>에 나오는 모든 요리는 그의 섬세하고 진지한 성격이 그대로 담긴 유일무이한 한끼입니다. 화면 상으론 맛도 느껴지지 않는데 집밥의 정겨움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돈과 명성이 목표가 아닌 요리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음식입니다. 저는 요리의 세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조리와 요리의 차이는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요?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와 마음을 담아내는 요리요.

조리사와 셰프의 위계를 나누려는 건 아니지만, 이 <주관식당>이 최강록 '조리사'가 스스로를 셰프로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찍어내는 음식이 아닌, 혀와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정성스러운 한 끼를 대접하는 사람이 셰프가 아닐리가 없잖아요! <주관식당>에 가서 주문하고 싶은 메뉴가 생각났습니다.

"셰프 데뷔전! '나야, 최강록'을 외치는 가장 '나'스러운 요리를 해주세요."

아마... 조림을 먹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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