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15살의 짝사랑 졸업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첫 콘텐츠는 <졸업>입니다🧑🎓
공룡상🐲을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저로서 👑위하준👑배우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졸업>을 안 볼 수가 없었는데요.
시작은 가벼웠지만, 시작부터 드러나는 일타강사 '혜진 (정려원)'의 괴로움에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어쩌다 학원 강사의 길을 걷게 됐지만, 그렇다고 교육자라고 스스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 앞에서 자괴감에 빠집니다. 그런 혜진이 키워낸 수제자, 준호 (위하준)는 그녀의 자부심입니다. 그런데 돌연 그런 그가 오롯이 '돈'을 벌겠다며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학원강사가 되겠다며 '금쪽이'가 되어 찾아옵니다. 그런 준호를 보며 혜진은 자신의 자부심이 자괴감의 길을 걷게 둘 수 없다며 '선생' 역을 자처합니다. '교육자'로서 준호를 키워낸 자신의 어린 시절, 교육의 자리를 외면하는 이중적인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꼭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꼭 닮아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갈팡질팡하기에, 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은사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 아닐까요.
박경화 작가는 안판석 감독을 은사라 칭하고, 그들이 만든 작품 속 하준은 혜진을 은사로 칭하고, 아마도 혜진은 또 하준에게 배울 테고...
여튼, 무거운 이야기를 쓴 것 같은데, 저는 <졸업>을 보면서 제 철없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니터링 말고! 막무가내 중딩 시절 짝사랑 이야기를 이어 해볼까 합니다🙂↔️
<졸업>에서 학생이었던 위하준이 좋아했던 정려원이랑 함께 공부하면서 성적도 올리고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다들 좋아하는 선생님과 공부하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저는 정확히 반대였습니다. <졸업> 보는 내내 든 생각도 이거였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 공부란 게 돼? 연애는 성적 떨어진다고 하지 말라면서 선생님 짝사랑하는 건 왜 성적 상승된다고 다들 생각하는 거냐고?'
여튼, 그랬던 제 짝사랑기를 잠시 풀어보겠습니다🫠 (수요 없는 공급)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2학년, 15살 시절.
갓 2학년이 되어서 1학년 같은 반 친구와 키워오던 썸이 시들해진 시점이었습니다.
썸도 시들해지고, 세트로 제 중간고사 수학 성적도 시들해졌었는데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엄마가 알음알음 좋다고 들은 수학학원에 저를 보냈습니다. 처음 방문해서 본 간판에 적힌 학원 이름이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무슨 신 이름이었는데, 이런 이름으로 학원 이름을 짓는다고..? 싶어서 들어가기 꺼렸습니다. 갔다가 코 베이고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근데 그때! 반갑다고 인사하며 걸어 나오시는 선생님이 과장 좀 보태 아폴론 뺨치는 얼굴에 189cm 신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야지, 다짐했었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정말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운 짓들을 많이 했는데요.
-학교 땡 치면 바로 학원으로 냅다 가기
(김씨네 때문에 학원 일찍 출근하셨던 선생님..)
-질문하는 게 좋은 건 줄 알고 기본 개념부터 다 질문해 버리기
-학원 끝나고 바로 집 안 가고 밖에서 시간 끌기
명분:
봄에는 꽃가루 날려서
여름에는 모기 싫어서
가을에는.. 은행나무 냄새 싫어서
겨울에는 추워서
-학원이 사람이 없어서 폐원 직전이라, 친구들 꼬셔서 학원 데려오기
(이건 잘한 짓 같음)
-점심 드시러 간다길래 친구랑 같이 20분 거리 맥도날드까지 굳이 굳이 따라가서 아이스크림 얻어먹기.. 등
이러다 보니 성적은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는데요. (안 떨어진 것이 대단)
그래서인지, 엄마는 돈 들여 보내놓고 애가 저리 열심히 수학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데 점수도 안 오르는 것에는 필시! 학원의 문제라며 학원을 끊어버리셨답니다...
그렇게 제 짝사랑은 강제 졸업을 당했습니다. 한 한 달 뒤인가, 찾아뵈러 갔는데 학원이 문을 닫았더라구요. 정말로 추억 속에만 남은 짝사랑 졸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후에 정말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났는데요. 하도 답답한 나머지 신문지를 돌돌 말아 때리려고 하셨던 선생님 (물론 반 진심 반 장난), <졸업>의 최선국어원장 같은 냉포스를 풍기던 선생님 등. 저는 이렇게 '극한'의 환경에서만.. 성적이 올랐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서글프네요. 성적 향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절대 꼽을 수 없겠지만, 행복한 중딩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은사님을 꼽자면 저는 주저 없이 아폴론 닮았던 선생님을 꼽을 겁니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졸업>을 보면서 되레 저는 어릴 적 생각이 더 많이 났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걸 보면, 그리고 결국 첫사랑을 이루는 사제 커플의 모습을 보면서 다들 어린 시절의 일면을 가지고 어른이 생활을 살아가는구나 싶었답니다❤️🔥
다들 아직 졸업 안 보셨다면,
당장 티빙으로 달려가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