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Q. 상다리 부러지게 저녁을 준비한 여자가 상대방 면전에다 대고 죽을 날을 궁금해한다.
여기서 상대방은 누구일까? |
 | 매우 동감하는 바. 안 본 눈 삽니다.. 천만 냥에 삽니다🥹 |
세 번의 살인, 세 번의 죽음 누가 누구를 죽였을까~요?🩸 |
가장 완벽한 살인이 일어난 맨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시대별로 세 여자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죠.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 살았던, 생각도 외모도 환경도 모두 달랐던 세 여자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남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집에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
근래에 봤던 드라마 중 가장 흥미로운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1964년, 1984년, 그리고 2019년에 해당 맨션에서 살았던 세 여성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줍니다.
*시대도 다른데 정신없지 않냐고요? 절대요. *에피소드마다 재미 편차가 있지 않냐고요? 전혀요.
각각 주인공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다 보면 속에서 열불이 나다가도, 한치 앞도 모르게 휘몰아치는 전개에 혼이 쏙 나갑니다.
😱😱😱😱
1964년 : 현모양처의 표본인 배쓰앤. 바람 피우는 남편 때문에 딸을 잃었다. 그런 천하의 몹쓸 놈의 새 내연녀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내연녀를 만났다 둘은 되려 진정한 친구가 되는데... |
 | 내연녀 (금발머리)에게 몰래 접근하려다 되려 친구가 된 배쓰앤 |
1984년 : 사교계 퀸 시몬. 결혼만 3번째, 심심하면 남자를 갈아치우는 그녀. 이번에는 진정으로 사랑할 남편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준 남편 칼은 게이였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단짝 친구 나오미의 아들 토미와 연인 관계가 되는데... |
 |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게이였던 시몬 |
 |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인다는 시몬에 트럭 데이트 하자는 친구아들 고딩 토미 |
2019 : 잘나가는 변호사 테일러. 양성애자이자 다자연애주의자로 결혼했지만 여자친구 제이드가 있다. 갈 곳 없다는 제이드를 남편 일라이와 살고 있는 집에 데려오는데. 누가 알았겠나, 제이드가 칼을 들고 집 안에 숨어있게 될 줄은... |
 | 여자친구와 남편이랑 같이 자는 테일러 |
인물 소개만 했는데도 아주 정신이 어질하시죠? 이 정도면 아침 드라마급 막장 아니냐구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스토리는 맞는 것 같기도) 아직 할말이 많으니, 아직 기절하지는 말아주세요.
이 세 여자들은 서로 180도 다른 것 같지만, '남편' 외의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타주의적이고 상대를 오롯이 이해하는, 그리고 자신도 이해받고 싶어하는 그 '이해' 맞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1964년의 배쓰앤은, 피아니스트라는 자신의 꿈을 접어두고 가정에 충실한 현모양처로 삽니다. 항상 내면에는 꿈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죠. 매일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는데, 따스함 한 줌은 개뿔, 바람 피우는 남편이 모습에 배쓰앤은 복수 계획을 세웁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내연녀(에이프릴)를 찾아가 거짓으로 친해지기로 합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배우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에이프릴에 되려 끌림을 느끼게 되죠. 대화도 안 되는 남편보다 서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 등 대화가 너무나도 잘 통했던 둘은 친구가 됩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내려놓고 살아지만, 아이러니하게 내연녀를 만나고 그 '이해'를 온전히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됩니다.
이해의 끝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이 드라마가 완벽하다고 하지 못했을 겁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결국 남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게 합니다. 배쓰앤에게 딸 죽음의 책임을 전가하던 남편이야말로 비서와 바람을 피우다 딸의 죽음을 막지 못한 몹쓸 놈이었다는 것. 몰랐을 수 있던 사실은 이해에서 출발해 도출된 사실일 테지요. 그래서, 그녀는 결심합니다. 남편을 죽이겠다고요.
배쓰 앤은 남편을 죽이는데 성공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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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1984년으로 점프해봅시다.
엄청난 부자이자 사교계 퀸 시몬.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듯 굴고 자주 바뀌는 남편 이슈에 쿨한 척 하는 시몬이지만, 그녀는 온전히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듯 합니다. 관계에 있어 오랜 지속을 못한다는 점을 아쉬워 하는데요. 그럴 때 충만하게 자신을 채워주는, 이게 사랑이지! 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칼을 만났지만 그가 게이라는 사실에 순간 시몬은 배신감과 혼란함에 휩싸입니다. 칼이 참 몹쓸 착한 놈인 게, 시몬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로 그녀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위한다는 점입니다. 그 점을 알기에 시몬도 칼 곁을 떠나지 않는데요.
그 대신,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자신의 자식 뻘인 토미, 갓 고등학생이 된 듯한 토미에게서 찾습니다. 그녀의 사랑을 응원하는 칼, 그런 칼이 아프게 되자 곁에서 지켜주는 시몬. 사랑을 찾아 돌아다니는 듯 하지만 시몬이 바란 것은 사랑보다는, 자신도 이해받을 수 있고 자신이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아니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칼과 시몬은 서로에게 정신적 지주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데 말이죠, 집에서 칼이 죽습니다. 과연 시몬은 칼을 죽였을까요...? |
 | 그래놓고 잤...잖아요... |
이제는 2019년입니다.
다자연애주의자인 테일러는 배쓰앤과 시몬과는 조금 다릅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기보다 자신이 이해를 받고 싶은 입장이 우선이었습니다. 다자연애주의 연애관을 탐탁지 않아하는 일라이를 설득해 자신을 이해해줄 것을 부탁하죠. 그녀를 사랑한 일라이는 그녀에게 동의합니다. 테일러는 일라이가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인지, 겉으로는 자신의 여자친구와도 잘 지내면 좋겠다는 겉포장을 하며 여자친구 제이드를 집에 데려옵니다.
하아, 그런데 말이죠. 제이드가. 정말. 정말. 아름답습니다. 진짜로요. 스크린으로 보면서도 헉, 소리가 날 정도였거든요. 이런 제이드에 일라이는 천천히 반하게 되고, 되려 테일러는 이런 일라이의 모습에 점점 불안해집니다. 이해를 바랐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이 적용받던 이해를 상대에게 적용하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진정으로 일라이를 사랑하니까요. 그러면서 일라이가 느꼈을 감정을 점차 이해합니다. 누군가는 내로남불이라고 하겠지만, 인간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피상적으로 이해의 모습만 흉내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그런데 제이드는, 등장부터 자유로운 영혼으로 느껴지는데요. 점점 사기꾼의 스멜이 풍깁니다... 그녀에게 사기 당했다는 전남자친구가 씩씩대며 집으로 찾아오는가 하면, 은근히 일라이를 조종해 돈을 쓰게 하는 모습들이 보이게 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일라이가 칼에 찔립니다. 집 안에 '숨어' 있던 제이드가 그를 찌른 것인데요. 함께 사는 제이드는 왜 숨어야했고, 일라이는 결국 죽었을까요...? 죽었다면, 일라이와 제이드에 분개한 테일러가 그를 죽인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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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한 이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결국 스스로 결박시켰던 자신의 욕망과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이해로 자아를 드러내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구요. <와이우먼킬> 제목은 어쩌면 우먼이 상대방과 동시에 결박시켰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킬'을 외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론은 꼭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왓챠 정기구독 해지했었는데, 이 드라마 보려고 재결제까지 했었답니다. 그리고 2024년에 가장 잘 한 일이 바로 왓챠 끊고 <와이우먼킬> 본 것일 정도랍니다. 정말, 정말, 눈돌아가게 재밌으니 꼭 한번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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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 하지만 태어나지 않았으면 널 구하지 못했는 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구하다'와 '아름다움을 뜻하는 미(美)'를 결합한 신조어 '추구미'를 아시나요? 쉽게 말하자면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뜻하는 '추구미'에 따라 사람들은 본인을 꾸미고 스타일링하죠. 여러분의 '추구미'는 무엇인가요? 청순? 시크? 아니 그 전에, '추구미'가 있으신가요? 모모코👰♀️는 확실합니다. 너풀거리는 레이스 원피스, 발레리나 슈즈와 레이스 양산... 18세기 로코코 정신을 따르며 로리타 패션을 추구합니다. 길을 걷다 심심찮게 소💩을 마주칠 수 있는 시골 촌구석에서도 말이죠!
모모코는 철학이 있는 아이입니다. 그 철학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모모코가 따르는 철학은 로코코 정신으로, 예쁜 게 최고,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거라 믿습니다. 실용성보다는 아름다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적 마인드라고도 할 수 있죠. (심지어 바람나 도망간 엄마와 바보 아빠 중 아빠와 사는 쪽을 선택한 것도 그저 '그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죠.)
모모코의 로코코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돈과 시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드레스 한 벌을 사기 위해 한 시간에 단 두 번 오는 전차를 타고 시부야를 거쳐 다이칸으로 갑니다. 그리고 다이칸에서 도쿄에 있는 '베이비 더 스타 샤인 브라이트' 매장까지는 두시간이 더 소요되죠.😦 드레스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모코는 그 드레스 값을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의 사정을 만들어내 아빠에게서 거짓말로 돈을 타내기까지 합니다.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쓸데 없는' 자신의 철학과 아름다움에 시간을 쏟는 모모코는 그야 말로 별종, 생태계 교란종입니다.
유별난 바보스러움, 정말 어이스러운 바보 같음 하지만 기분만 좋으면 됐죠. 평론가들은 이 시대의 예술을 지나치게 달콤하고 안이하며 겉치레가 요란하고 저질스럽고 음란하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달콤한 과자 같은 거잖아요. 달콤한 꿈의 세계에 푹 빠져들어요! -로코코 정신에 대한 모모코의 생각 |
 | 예쁘면 장땡! 🩷 |
 | 그리고 여기, 모모코와 완전히 정반대 스타일의 이치코👩🎤가 있습니다. 껄렁거리면서 툭하면 침을 뱉는 거친 에티튜드, 샤기컷에 진한 고스족 화장을 한 폭주족 '포니테일'의 멤버이죠. 하지만 의외로(?) 모모코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스쿠터가 본인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독특한 사고방식 뿐만 아니라 폭주족으로서의 '추구미'에 충실하다는 사실이요.
색이 분명한 사람은 주변에 쉽게 물들지 않기 때문일까요. 모모코와 이치코 모두 어려서부터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며 자랐습니다.🥲(이치코는 어릴 때부터 추구미가 확실하진 않았지만... 이치코의 어린 시절은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고등학생인 모모코는 학교에서도 혼자, 밥도 혼자 먹지만 상관없습니다. 관계란 아무 쓸모 없는 거라 생각하니까요.
인간은 혼자라구요. 홀로 태어나, 홀로 생각하고, 홀로 죽는거라구요. 사람이 혼자서 살 수 없다니, 그럼 난 사람이 아니어도 좋아. 물벼룩이라도 좋아요. 홀로 살 수 없는 인간보다는 자립해 혼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걸. |
 | 지독한 로코코 정신... |
 | 반대로 이치코는 진심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치코는 사실 강압적인 집안 분위기에 강제로 모범생으로 자란 아이였는데요,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억지로 웃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았습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울며 자전거를 타러 나간 어느 밤, 그녀의 추구미를 정립시켜준 아키미상을 만납니다.
무슨 일이야? 왜 울면서 웃고 있는 거야? 누구라도 힘든 일은 있어. 어딘가 아픈 거라고. 그러니까 우는 일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렇지만 여자는 말이야.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어서는 안 돼. 동정받게 되니까. 울고 싶을 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어. 울고 난 후에는 운만큼 강해져라. -강한 여자 아키미상...
이 말 덕분에 이치코는 강한 여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따라 폭주족이 되어 소속감을 느낍니다. 의리 빼면 시체, 실은 정도 눈물도 많은 이치코에게 폭주족은 딱 맞는 집단이었습니다. 아키미상이 결혼하기 전까지 이치코는 그녀에게 충성을 바치며, '포니테일'의 멤버임을 자랑스러워 하죠. 우연히 짝퉁을 파는 모모코를 만난 후에도(이 돈으로도 드레스를 샀겠죠?) 싼 값에 베르사체를 사는 빚을 졌다며 친절하게 대하고, 친구가 된 후에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특공복까지 맡기는 모습을 보면 관계와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모모코는 이치코가 처음에 자꾸 자신에게 찾아와 몇 시간씩 자기 얘기를 늘어놓을 때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모모코에게는 그렇게 자신을 설명하는 일이 시간 낭비에 불과합니다. 남들이 모모코의 드레스👗를 판단할 때처럼요. 하지만 이치코를 깊게 알게 되고,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우정의 가치를 느낍니다. 자신이 수를 놓아준 특공복을 보며 기뻐하는 이치코를 보면서 왠지 울고 싶어지기도 하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두려울 때 이치코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바로 전화해서 말하죠. 보고싶다고. 🥹 |
 | <불량공주 모모코>에는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사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떠나는 엄마가 망설일 때, 꿈에만 그리던 로리타 베이비 브랜드의 디자인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모모코는 이 말을 읊습니다. 인간은 분에 넘치는 행복이 눈앞에 있을 때 갑자기 깊은 병에 걸리곤 해요. 행복을 붙잡는 일은 불행에 안주하는 것보다 용기가 필요하대요.
늘 뚜렷한 철학으로 살아가던 모모코도 두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꿈에만 그리던 자수 일을 하게 됐을 때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의 행복은 드레스를 입는 걸까, 만드는 걸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로코코 정신에 진로 고민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명확했던 모모코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청소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네요.
기회 앞에서 망설이던 모모코를 독려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치코. 네가 안 만들면 어떡해? 저스코에서 사는 수밖에 없잖아! 너라면 할 수 있어. 이츠코의 말에 모모코는 용기를 내서 자수를 놓습니다. |
 | 용기는 남에게서 빌릴 수 있는 거라고 하죠. 모모코는 이치코에게서 빌린 용기로 한 발 나아갑니다. 모모코가 쓸모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는, 바로 이렇게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때 필요합니다. '바보 아빠의 엄마'라고 소개하던 할머니도 내내 젊은 시절에 그러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리광을 부리는 철없는 모습으로 등장하다가 모모코의 고민 앞에서는 비록 크지 않을지는 몰라도 예쁘고 훌륭한 그릇이야. 누구와도 다른 너의 길을 가도록 해.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을 꼭 찾게 될 테니까. 하고 모모코를 인정, 응원해줍니다. 사실 모모코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지원, 바보같다고 생각했던 할머니의 응원, 무섭고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이치코의 격려가 있었기에 모모코는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독특한 개인 취미에 불과했던 로코코를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삶의 일부로 스며들게 할 수 있었죠. 그렇게 모모코는 조금씩 사회에 속하는 법을 배웁니다.
다가온 모모코의 드레스 의뢰 종료일, 모모코는 이치코가 자신의 폭주족 언니들에게 이지매를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이치코가 다칠 텐데, 드레스도 만들어야 하고, 우정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모코. 옷을 독촉하러 전화했던 사장님은 그녀처럼 옷이 좋아 옷만 만들던 과거를 얘기해주며 자기처럼 되지 말라고 조언해줍니다. 그렇게 모모코는 '로리타답지 못한' 바이크를 타고 미친듯이 달려갑니다.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이치코를 구하겠다는 일념 만으로요. |
 | TOUGH GIRL (와 전혀 chill하지 않다...)
이치코는 자신이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져왔던 집단에서 버림 받고, 진정한 친구 모모코에게 구출되면서 그들을 향해 소리칩니다.
이 녀석은, 모모코는 언제나 혼자서 서 있어. 자기가 믿는 규칙을 지키면서. 무리 지어 다니지 않으면 달리지도 못하는 너희와 격이 다르다고. 그만 빠지겠어. 나도 이제 혼자가 되겠어. 저 녀석처럼.
이치코도 모모코와 함께 다니는 그동안 첫사랑도 하고, 자의로는 절대 입지 않을 스타일의 옷도 입어보면서,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허울 뿐인 의리가 아닌 진정한 친구를 사귀게 된 덕이죠. '자발적 아웃사이더' 모모코는 관계를 위해 자신의 '추구미'를 던지고, 소속감을 쫓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았던 이치코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것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 두 사람을 보며 '나'와 '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더욱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관계를 맺기 전에 뚜렷한 정체성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마냥 다른 사람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일, 자신의 색과 형태와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고유한 형태가 조화롭게 맞물리는 '우리'가 만드는 색은 <불량공주 모모코>의 화면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겠죠? ✨ |
 | ➕ 개인적으로 당돌한 4차원 캐릭터와 맞물려 개그로 포장되었지만 실은 너무나도 파란만장했던 가정사에 어린 모모코가 얼마나 외로웠을 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가치관, 사람을 멀리하는 모습과 '나는 로코코 시대 프랑스에 태어났어야 했다'라는 말들이 결국 그녀의 외로움과 결핍에서 비롯된 방어 기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모모코의 유일한 삶의 가치, 로리타 드레스. 그 베이비 브랜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이치코를 구하러 가던 길, 영화의 오프닝 씬이기도 했던 교통사고 장면에서 모모코는 짧은 블랙아웃과 함께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환상을 봅니다. 그리고는 그간 그렇게 삶의 허무함과 관계의 무상함을 외치던 모모코가 "태어나지 않으면 이치고를 구하러 갈 수 없잖아" 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죠?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닌가요? 얼른 우정이 아니라고 말해.😠
➕ 그 외에도 강한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후로 남들 앞에서 운 적이 없던 이치코가 모모코가 보고 있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고, 친구가 처음인 모모코가 이치코에게 '친구가 필요하면 얘랑 하'라는 식으로 건네줬던 양배추 덕분에 트럭 사고에서 살아남는 등... 메타포와 명대사가 쏟아지는 명작입니다.🥹 B급 코미디 대사, 황당할 정도로 병맛인 캐릭터 등이 낯설 수는 있지만 그만큼 몇 번을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같은 감독으로, 키치한 일본 영화 감성을 좋아한다면 분명 재미있게 보실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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