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주차] 베테랑 2, 베이비 레인디어
내 ㅇㅏ ㄱ ㅣ순 록 에게🦌❤️
(제목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당장 넷플로 보러 가세요!!
앗, 제 글은 읽어주신 뒤에...😊)
조건 없는 사랑은 위대하다고 하죠. 모든 기준이 무너지고 포용의 폭이 원대해지는 사랑의 힘. 수많은 사람들이 (저 포함 ㅎ) 이런 사랑을 꿈꿀 텐데요.
만약, 이 사랑을 제공하는 주체가 내가 원하는 상대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스토커라면? 이제는 아무도 이 사랑을 두고 위대하다고 할 사람이 없겠죠. 아니, 애초에 사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없는 행위입니다. 상대가 원치 않음에도 애정으로 포장한 집착적 행위니까요.
여기,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낮에는 바텐더로 일하고, 저녁에는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서는 도니. 일생의 꿈이 코미디언이라 매일 같이 소품들이 든 큰 가방을 들고 무대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아니 되려 사람들의 관심을 내쫓아보이는 노잼 코미디언. 아마 그는 누군가를 웃기길 희망하면서도 누군가가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주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받지 못하는 환대를 타인에게 건네는 걸까요. 도니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가 일하는 가게에 찾아온 마샤에게, 돈이 없지만 음료는 마셔야겠다는 마샤에게 차 한잔을 내줍니다. 주변은 신경쓰지 않는 듯한 성격, 그런 그녀를 두고 들려오는 주변 사람들의 수근거림. 아마도 도니는 그녀에게 인간적인 안쓰러움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
|
|
문제는 자신의 작은 환대가 마샤에게는 거대한 환대로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커다란 환대는 곧 그녀의 말마따나 '사랑'의 감정이 되었죠. 그녀를 연민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영상으로 보인 그녀 역시 어디서도 긍정적인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 같았습니다. 도니는 아마 그녀를 향한 안쓰러움 이상으로 약간의 동질감을 느낀 것은 아닌가 합니다. 여하튼 그때부터, 사랑 스위치가 켜진 마샤는 도니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직장에 매일 같이 찾아와 애인 행세를 하고, 그의 메일 주소를 알아내 매일매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메일을 보냅니다. 그의 모든 하루 일과는 물론 성적인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메일에 적어보냅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에 찾아오는 건 물론이요, 동거인들을 찾아가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늪에 빠진 듯한 도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말라갑니다.
근데 여기서 잠깐. 왜 도니는 신고하지 않냐구요? 왜냐면 그 역시 마샤의 스토킹의 일부는 원했음을 깨달았으니까요. 아픔이 있던 과거로 이성을 잘 만나지 못하는 그지만, 마샤랑은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그가 '사랑'이 아닌 '스토킹'이란 말을 꺼낼 때면 마샤는 그것은 '사랑'이었노라고, 도니의 행동 역시 사랑이었노라고 말합니다. 그의 행동들을 모두 철두철미하게 녹음하고 증거를 수집해 놓은 탓에 사람들은 결국 도니에게 말합니다. 너, 왜 그래?
인정받지 못하는 도니는 자신이 유일하게 감정적으로도 위치적으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마샤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요. 그녀가 사라지는 것은 곧 그를 향한 무조건 적인 관심이 사라지는 것. 다시 무관심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절한 비유이지는 모르겠지만, 악플보다 무플이 더 아프다고 하죠. 도니는 그녀의 관심이 끊기게 되면 다시 그녀를 찾고, 괴로워하고, 공허함과 아픔 속에서 홀로 발버둥치다 다시 마샤를 찾습니다. 마치 부적절한 중독 같습니다.
엉뚱한 감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인간은 본래 태어나길 수직적 감정방식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선설이 아닌 수직설이랄까요 (허허) 자신의 공허함을 자각한 개인은 이를 메워줄, 자신보다 열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타인을 좇습니다. 괴롭다 괴롭다 말하면서도, 채워지는 공백의 풍만함을 놓지 못합니다. 공허함의 무한 굴레 같습니다. 사실 한 사람만의 관심만 있더라도 마음 속 구멍 크기는 많이 메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극 중 도니는 사랑을 어려워합니다. 동거를 하던 전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새롭게 만난 여자친구와도 매번 관계가 위태롭습니다. 관계가 깊어지려고 하면 멀어지는 것의 반복이었죠. 도니 자신도 느끼는 공허함을 사랑을 메우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기에 마샤를 놓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와의 진실한 관계가 이토록 중요함을 매순간 보면서 느꼈던 드라마였습니다🥺 |
|
|
충격적이게도 이 모든 내용은 실!화! 랍니다.
정말 실화. 정말로.
스토커 마샤의 실제 인물인 '피오나 하비'가,
이 드라마가 대박나고 나서 모건 토크쇼에 나와서
'나는 스토커가 아니야!'라고 외쳤다고 하네요...
배우랑 실존인물이랑 정말 닮았죠..? |
|
|
정해인 사랑해❤️
황정민 사랑해🧡
류승완 건강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ㅎ이가 없ㅎ네? 🫤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알고 있을 명대사, 명장면이죠. 당시 TV에 나오는 웬만한 방송인은 한 번씩은 다 따라했던 것 같은데요.(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그만큼 범국민적 사랑을 받아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허를 찌르는 재치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천삼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입니다.
<베테랑>이 9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류승완 감독님의 사회 문제를 은근히 비꼬는 동시에 직설적인 어법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에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담아 생각할 거리를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던져줍니다. <베테랑>에서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와 같은 대사나 (자기 입장에서) 푼돈인 420만원에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빌런 캐릭터로 자본주의 사회 속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상기시켰습니다. 제벌갑질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화두를 던지는 긍정적 영향력까지. <베테랑>은 '히트친 상업 영화' 이상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
|
사실 다음 시즌이 제작될 거라 기대도 안 했는데, <베테랑 2>가 개봉된다는 소식에 얼마나 설렜는데요. 또 얼마나 통쾌한 한 방을 보여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감상평을 이미 봤지만, 부정했습니다. 최근 작품들이 좀 부진하긴 했어도 전 감독님을 믿었거든요. 하지만 첫 오프닝을 보자마자 '당혹스럽다'는 말이 얼마나 이 장면을 잘 표현한 것인지 깨달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소 원초적인 공격, '화이팅'을 연호하는 도박꾼들, 빙글빙글 난해한 카메라 워킹까지...😵💫
하지만 그마저도 오랜만에 만난 관객들에게 다소 격하게 인사하는 구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코미디(도 포함된) 장르니까요! 그리고 화면을 채운 정해인 씨의 얼굴. 단연 2024 최고의 등장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비주얼만 내세운 건 아닙니다. 1편부터 설정된 서도철 형사의 '폭력 형사' 캐릭터를 살려("지금부턴 정당방위다!" -서도철 in <베테랑1>), 폭력과 자극성에 무뎌진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서도철의 아들, 인터넷 방송, 비질란테의 탈을 쓴 무분별한 사적 제재 등 폭력의 정당성을 찾아내면서까지 자극을 쫓는 사람들의 기괴함을 그려냈습니다. 현실이 절묘하게 스며들어 있어 그 부분을 찾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서도철이 박선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다가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전개됩니다. 거울 속 박선우와 대화하는 듯한 앵글, 얼굴이 겹쳐지는 편집 등 류승완 감독님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연출이 감탄스러웠거든요. 사람 죽이는 데 착한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다는 대사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과 달리, 저는 중반부의 장면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류승완 감독님! 재미지다! |
|
|
하지만 마무리를 잘해야 전체가 좋게 기억되는 법이죠. 지금 악평이 쏟아지고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너무나도 아쉬운 결말 때문일 듯합니다. 잘 쌓아온 빌드업과 시의적절한 주제의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말. 캐릭터도 스토리도 와장창 무너집니다. 박선우는 갑자기 왜 그렇게 약하고 멍청해졌으며, 서도철은 뭔갈 느끼긴 한 걸까요?🤷♀️ 마지막 두 사람의 대치 장면은 <범죄 도시>, <극한 직업>, <청년 경찰>의 엔딩에 AI를 입혀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뻔하고, 전체 흐름과도 맞지 않았습니다. 방금 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불명확하게 만드는 엔딩이었습니다. 극장에 불이 켜진 후 처음 든 생각이 '이게 뭐야..? 그래서 뭐...?'일 정도니까요.
서도철이 날카로운 대사 한 마디만 던졌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쿠키 장면이나 박선우의 서사를 풀지 않은 점을 고려해봤을 때, 시즌 3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물음표를 남겨둔 듯한데요. 기사도 나왔고 심지어 해치 외전도 계획 중이라던데... 그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9년 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마침표는 찍어줘야 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아주 유명한 방법이 있는데
특히 아들의 캐릭터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엔딩 신에서 가족 관계 서사를 마무리해버린 같아 시즌 3가 그다지 기대되지 않습니다. 😔 해치 외전은 어떻게 전개될 진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이라고 말해놓고 '악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서사... 🥺'와 같은 내용이라면 정말 실망할 것 같습니다. |
|
|
실제로 관람평을 보니 박선우가 비질란테, 비슷한 역할을 찾자면 <모범택시>의 김도기였는데 갑자기 싸이코패스 빌런화가 되는 전개가 이해가 안 됐다는 관객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극 중 '나는 스스로 해치라고 한 적 없다'는 대사가 수어번 나오기도 했고, 연출적으로도 그가 '정상적 범주' 내의 사람이 아니라고 암시하고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이해한 관객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실패한 연출, 감독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선우의 서사를 모두 풀지 않더라도 영화의 메시지를 명확히 한다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캐릭터성인데 말이죠.
이건 마치 💩을 싸다 만 느낌, 시원~한 마무리를 기대했는데 기막힌 타이밍에 끊긴 기분입니다. 불투명한 메시지를 다 담지 못한 클리셰적 전개, 역할 없는 조연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네요. 전작만큼 매력적인 빌런(배우 말하는 거 아님. 아니 맞나? 어쨌든 아닙니다.)도 뇌리에 박히는 대사도 없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은 많은데 액션 신이 기억에 아주 남지도 않습니다. 정해인 씨의 안녕?😉신 정도? 그 신은 큰 화면에서 볼 가치가 충분하긴 하나... 3초를 위해서 극장에 가시기보단 차라리 큰 TV를 장만하는 쪽이 더 장기적으로 가치있을 것 같습니다. 정 궁금하시다면 시즌 3의 빌드업을 본다,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를 본다 는 마음가짐을 장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통신사 할인 또는 쿠폰 할인 같은 것도 꼭 받으시구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