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주차] 싱 스트리트 훔친 차를 몰듯
미친듯이 달려보는 거야
지금 가지 않으면 가지 못하니까
🚗💨💨💨💨💨💨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 만큼 분량이 깁니다!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영국 등지로 이민자가 쏟아지던 궁핍한 시기, '코너'의 아버지도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 여파로 '코너'는 싱 스트리트(Synge Street)에 있는 가톨릭 미션 스쿨⛪로 전학을 가게 되죠. 눈만 마주쳐도 주먹을 날리는 학생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 외에는 색을 용납하지 않는 복장 등 전학 간 학교의 풍경은 딱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코너' 역시 갈색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구타를 당하고, 불량학생의 타겟이 돼 수치스러운 상황을 겪기도 하죠. 실제로 1980년대 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의 부패와 가톨릭 학교 내 성추문 사건 등으로 가톨릭 학교의 권위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학교를 실제로 졸업했다는 사실...)
팍팍한 현실과 부모님의 불화, 학교 폭력 속에서 '코너'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음악뿐이었습니다. 형 '브랜든'에게 영국 밴드 음악 조기교육을 받는 '코너'는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영감' 삼아 기타🎸를 튕기며 작곡을 하기도 하고, 시간에 맞춰 TV에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곤 했죠. 사이가 안 좋은 가족들도 TV에서 '듀란듀란'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순간만큼은 모두 그 밴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에서 요트를 탄 미남 미녀들을 보며 가족들이 현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코너'는 음악을 더 애정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
|
|
초미녀 라피나의 등장
어느 날 매일 교문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용기내 다가가는 '코너'. '라피나'는 자신을 모델이라고 소개하죠. '라피나'와 친해지기 위해 있지도 않은 밴드의 뮤직비디오 출연을 제의해버린 '코너'는 유일한 친구이자 정보통 '대런'과 밴드 멤버를 하나둘 모읍니다. 원래 음악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닌 '코너'에게 이 사소한 말 한마디가 어떤 불씨가 될지, 그에게 꿈과 희망과 개성을 가져다 줄거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토끼 러버이자 세상의 모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이몬'덕에 '코너'의 미래파 밴드 '싱 스트리트(Sing Street)'는 제법 합이 좋습니다. 꽤 뛰어난 실력으로 '듀란듀란'의 음악을 커버한 테이프를 형 '브랜든'에게 들려줬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구린 내가 나서 방을 환기시켜야겠다'였습니다.
남의 음악으로 그녀의 마음을 후려칠 생각은 하지 마
'코너'가 자기의 이야기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한마디였습니다. '모델이 꿈이라니, 허세 아니야?'라고 말하는 여동생(코너에게는 누나죠)에게는 '꿈을 좇는 게 허세야? 제대로 된 꿈이라는 게 뭔데? 택시 기사, 청소부, 시인, 가수, 화가 뭐든 꿈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응수하는 '브랜든'. 미리 밝히지만, 제 최애 캐릭터랍니다. (물론 저는 이미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지만...) |
|
|
너무 귀여워 너무 사랑해 얘들아 행복해라
'라피나'는 런던에 가서 모델👠이 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비록 무관심한 부모 때문에 지금은 여자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뮤직비디오를 위해 수영도 못하면서 바다에 뛰어드는 열정을 보여주죠.😮😮😮
우리 작품을 위해서. 절대 적당히 해서는 안 돼. 알겠어?
꿈을 꾸는 '라피나'의 반짝임에 '코너'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지만, 런던에 데려가줄 남자친구만 믿고 '코너'의 마음을 모른 체합니다.
그리고 그 남자친구와 런던으로 떠났다가, 배신을 당하고 돌아온 '라피나'는 그 반짝임을 잃은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남과 같은 삶을 살게 되겠지, 라며 자조적인 말을 하는 '라피나'에 실망한 듯, '코너'도 자리를 뜨죠. |
|
|
락앤롤은 위험한거야. 네가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어.
'코너'의 부모님은 별거를 발표합니다.(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이혼이 불법이었기에) 이유는 엄마의 불륜. '브랜든'은 엄마와는 절대 같이 살 생각이 없다며 분노합니다. 하지만 스페인 여행이라는 꿈 조차 이루지 못해 현관 앞에서 햇살을 맞으며 담배를 물고 잡지를 보는 것☀️🚬📖으로 위안을 얻는 엄마를 알아주는 아들입니다.
엄마에겐 저게 전부인 거야
엄마를 보며 말하는 브랜든에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을 중퇴하고 집에 콕 박혀 있지만, 옛날엔 음악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고, 인기도 많았습니다. 자신이 힘들게 만들어 온 길을 성실히 따라오며 '코너'는 항상 칭찬받지만, '브랜든'은 마약 중독자, 대학 중퇴자로 손가락질받고 있습니다.😢
독일에 가 음악을 하고 싶었던 꿈도 엄마에게 발각되며 허들에 걸렸습니다.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을 막은 엄마가 가정을 바꿔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겠다고 하니, 화가 날만도 하죠.😡😞 항상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음악을 들려주지만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동생에 대한 원망과, 동생의 재능과 가능성에 대한 질투도 품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네가 가는 길은 내가 갔던 길이고 내가 갔어야만 하는 길'이라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
|
|
강당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며 '코너'는 상상합니다. 엄마 아빠가 사이좋게 들어와 춤을 추고, 라피나를 괴롭히는 불량 학생을 형이 혼내주는 모습을요. 그리고 함께 음악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상상. '코너'에게 음악을 만드는 원동력이 '라피나'만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항상 담담해보이는 '코너'가 이겨내고 싶었던 현실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 신나는 노래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맺혔답니다.🥹
학기말 디스코파티. 부모님과 형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기적적으로 '라피나'가 나타납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코너'는 '라피나'와 함께 런던으로 떠나기로 합니다. '브랜든'은 돈이나 런던에 아는 사람은 있냐고 묻지만, 그들의 손에는 '싱 스트리트'의 데모 테이프와 '라피나'의 포트폴리오 뿐이라는 답변. '당장 가자🚗💨'고 말하며 차키를 챙긴 '브랜든'은,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할아버지의 작은 보트⛵ 앞에서, '브랜든'은 '코너'를 어색하게 포옹하며 자신이 적은 가사가 담긴 노트를 건넵니다. '이건 내가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말을 남기면서요. 누구보다 음악에 '내 이야기'를 담는 것을 중요시하는 그이기에, 어쩌면 그의 모든 것이 담긴 일기이자 자서전을 '코너'에게 거는 거죠. 차 안에서 멀어져 가는 동생의 보트가 방파제 경계선을 넘는 것을 바라보며 'Yes!!'를 외치며 감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
|
|
순탄히 나아가는 듯하던 배 앞에 폭풍우가 몰아칩니다.🌪️🌪️🌊 '코너'와 '라피나'를 비웃듯 크고 견고한 배🚢도 옆을 지나쳐가죠. 그들 앞에 다가올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웃습니다. 큰 배를 향해서도 해맑게 손을 흔들어보입니다. 꿈을 향해 항해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미 한 번 런던에서 실패한 '라피나'도, 형의 꿈까지 끌어안은 '코너'도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갑니다. 전에 '라피나'가 사랑에 대해 말하며 언급했던 'happy sad' 가 그들의 꿈과 미래, 혹은 꿈을 꾸는 사람들 그 자체임을 보여주는 장면 같습니다. '코너'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죠. 그 가능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요?
<싱스트리트>는 2016년에 개봉해 얼마전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습니다. 10년 전 고등학생 때와 사회인이 된 지금의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더라구요.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브랜든'이 왜 함께 떠나지 않았을까 계속 궁금해왔는데요, 실패와 현실을 경험한 후에야 그의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가 됩니다. 실패로 인한 자신감의 결여, 그리고 자신마저 떠나면 남게 될 여동생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었을까요. 세상을 조금 더 알아서 생기는 두려움, '코너'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주저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supportive한 형으로서 '코너'의 여정을 응원하며 그의 출항에 환호한 후, 그의 얼굴에 남은 미묘한 표정에서 잊었던 꿈이 상기되는 벅참도 보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코너' 뿐만 아니라, 영화 내 처음으로 집을 떠난 '브랜든' 또한 그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거라고 저는 믿고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 |
|
|
최근 유튜브에서 본 영상 중, 웃기지만 슬픈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강유미의 '생로병사-한국인병' 영상이었는데요. 회사에 갈 때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고, 다이어트를 하지만 하지 않는 척을 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유머로 삼고, 점심시간에 몰래 이직 준비를 하는... 대한민국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인류학자' 강유미씨가 담아낸 영상입니다.
마지막엔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는 내용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저는 보는 내내 공감과 동시에 서글픈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없다'는 답변이 더 흔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디폴트값인 듯한 사람들. 하지만 만약 돈이 정말 많다면, 남 눈치볼 필요 없는 자리에 있다면,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없을까요? 그 욕망은 꼭 그러한 상황에서만 생기고, 돈이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걸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실 때문에,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또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거나 심지어 모른 체 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 한국에 참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이유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짐작은 되지만요. 브랜든과 엄마처럼요.
사실 어떤 삶이든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을 숨기는 것도, 드러내는 것도, 갖지 않는 것도 각자 삶의 방식이죠. 이 영화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한때 꿈을 가졌던 사람들, 꿈을 잊은 사람들을 모두 비추며 위로하고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걸만한 무언가를 하나 갖고 사는 건, 삶의 밀도와 방향성을 완성해줄지도 모릅니다. 암울한 더블린의 Synge Street를 Sing Street의 음악이 채운 것처럼, 현실이 힘들수록 마음속 꿈이 힘이 될지도요. 사랑하는 사람 또는 꿈은 생존과 현실 앞에서 무모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곤 하지만, 가끔씩 들여다보는 것은 삶의 허전함을 채우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현관 앞에서 만든 작은 루틴처럼요.🌞⛱️
처음 보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밴드를 만드는 무모함, 포트폴리오와 데모 테이프 하나 달랑 들고 바다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모두가 한 번쯤은 가져봤으면, 그리고 나에게도 다시 한 번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세상의 더러움과 부조리를 묘사하는 수많은 '위대한' 영화 속, 복잡하지 않게 낭만을 노래하는 이 '뻔한' 영화가 더 소중한 이유입니다. 도전과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이 영화가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런던은 어디인가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