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주차] 언더커버 셰프, 뱅크시: Still Here 어떡해요....? 와 어쩔건데 의 차이...
이 마인드셋을 reset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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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막내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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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뭐 하나 하려 해도 선배에게 물어보고, 괜히 실수할까 눈치를 보고, 전화 한 통을 걸기 전에도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물어보는 것보다 대답해주는 일이 많아지고, 익숙한 업무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척척 해내게 되죠. 그렇게 시간을 보낸 사람을 우리는 '프로'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10년, 20년을 일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다시 ‘막내’로 만들어버린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아무도 자신의 경력을 모르는 곳에 데려다 놓고요.🫢 <언더커버 셰프>는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스타 셰프들에게 바로 그 짓(?)을 합니다.
27년 차 이탈리안 셰프 샘 킴, 24년 차 중식 셰프 정지선, 그리고 <흑백요리사> 우승자 권성준. 자기 주방에서는 수십 명의 직원을 이끌고, 누군가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각각 이탈리아와 중국의 현지 식당에 정체를 숨기고 취업합니다.
셰프로요?
아뇨.
막내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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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킴은 전직 농부 '희태🧑🌾', 정지선은 복싱 선수 출신 요리 초보 '써니🥊', 권성준은 야구 선수 출신'샘 권⚾'으로 신분을 숨깁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우리가 스타 셰프에게 기대하는 화려한 요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달걀 깨기, 고추 썰기, 재료 손질, 청소....
"제가 한국에서 하던 방식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현지 직원들에게는 그저 어디서 굴러들어온 조금 늦깎이(?) 신입일 뿐이니까요.😂 정체가 탄로나도 언더커버 미션에 실패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보다 잘나가는 셰프 세 명의 눈물겨운 주방 막내 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최종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단순히 5일을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계급장 없이 오직 실력으로 현지인들에게 인정받아, 자신의 요리를 실제 식당 메뉴에 올려야 합니다. 설정부터 너무 재밌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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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요리 예능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상천외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재미있고, 재료 몇 개로 그럴듯한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는 걸 보는 것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언더커버 셰프>는 조금 다릅니다.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걸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스타 셰프의 이름도, 경력도, 자기 식당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셰프님!" 하고 부르면 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였겠지만, 여기서는 반대입니다. "막내!"하면 뛰어가야 합니다.🏃♂️💨
게다가 아무리 요리를 오래 했어도 남의 주방은 남의 주방입니다. 재료를 다루는 방식도 다르고, 주방의 동선도 다르고, 레시피도 다르고, 언어까지 다릅니다. 자신이 평생 해온 요리의 '본토'에 왔다는 점도 묘합니다. 그래서 20년 넘게 요리한 사람들이 혼나고, 눈치를 보고, 처음 보는 조리법을 몰래 관찰하고,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며 연습합니다.
샘 킴은 첫 영업에서 실수를 해 자신이 만든 생면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겪습니다. 대한민국에서 27년 동안 이탈리아 요리를 해온 사람이, 얼토당토 않은 실수를 한 겁니다.🥲 아마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데, 다시 합니다. 그 모습이 재미도 있으면서, 또 묘하게 멋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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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막내 생활 방식이 전부 다른 것도 재미있습니다. 권성준 셰프는 꽤 자신만만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실제 막내 생활을 했던 경험도 있고, 나폴리 음식에 대한 이해도 있으니 시작부터 패기가 넘칩니다. 실제 과거 이탈리아에서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 6일씩 일했다고 하니 그 시절의 짬(?)이 괜히 있는 건 아닙니다.
정지선 셰프는 그냥... 열심히 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웍질을 연습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앉지도 않고 또다시 연습하고 있는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사람은 샘 킴 셰프였습니다. 사실 샘 킴은 프로그램 내내 뭔가... 뭔가 답답합니다.😭 뭔가 배우고 싶은데 선배에게 바로 다가가지를 못합니다. 도와달라는 말도 쉽게 못하고, 말을 걸기 전에 상대를 한참 살피고, '지금 물어봐도 되나?' 싶은 표정으로 주변을 맴돕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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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을 떠올릴 때 적극적인 사람을 생각합니다. 기회가 오면 바로 잡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일단 해보자!"라고 외치는 사람.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적극성은 거의 무조건 좋은 성격처럼 이야기됩니다. 권성준 셰프나 정지선 셰프처럼 직원 식사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죠.
그런데 샘 킴은 조금 달랐습니다. 생면을 직접 소개하거나 젤라토를 손님들에게 서빙해야 할 때는 얼굴이 새빨개지고, 동료에게 뭔가를 배우고 싶을 때도 한참 타이밍을 잽니다. 27년 차 스타 셰프인데도요.
샘 킴은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전에 '저 선을 넘어도 될까?'를 수십 번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의 성격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망설이고 고민했던 시간이 결국 힘을 쌓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묘하게 안심이 됐습니다.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성공하려면 꼭 목소리가 커야 하는 것도, 모두보다 빨리 손을 들어야 하는 것도, 무조건 먼저 뛰어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구나.💡 천천히 살피고, 충분히 고민한 다음 움직이는 방식으로도 자기 자리까지 갈 수 있는 거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하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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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더커버 셰프>를 보다 보면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지점이 생깁니다.
고수가 된다는 건 대체 뭘까요?
샘 킴은 이탈리아 요리를 27년 했습니다. 정지선은 중식계에서 이미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든 사람이고, 권성준 역시 자신의 실력을 대중에게 증명한 셰프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셋 다 모르는 게 있습니다. 자신보다 경력이 훨씬 짧은 현지 직원에게 배우기도 하고, 실수해서 혼나기도 하고, 자신이 익숙하게 해온 방식이 통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자존심이 상해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모르는 걸 인정하고, 다시 보고, 다시 배우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이 주방의 방식을 이해하려 합니다. 생각해보면 경력이 쌓일수록 어려워지는 게 바로 이것 아닐까요. 다시 초보가 되는 것.
처음에는 누구나 모른다는 사실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질문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사람'이 되고 나면 모른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직급이 올라가고, 경력이 쌓이고, 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진짜 고수는 어쩌면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더커버 셰프>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것도 그 부분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셰프들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계급장을 떼어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계급장을 떼고 나서야 이 사람들이 왜 지금의 자리에 있는지가 더 잘 보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습하고, 혼나도 다시 하고, 모르면 관찰하고, 배우고 싶으면 자존심을 내려놓습니다. 결국 오랫동안 잘한다는 건, 오랫동안 배우고 있다는 뜻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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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만 쓰면 무슨 셰프판 인간극장 같은데요.ㅋㅋㅋㅋ
예능적으로도 정말 재밌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포스 넘치던 셰프들이 외국 주방에서 눈치 보며 쭈뼛거리는 모습부터 이미 웃기고, 정체를 들킬까 봐 자기 경력을 숨기며 말도 안 되는 가짜 신분을 유지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 보는 맛이 있습니다.🤤이탈리아 파르마와 나폴리, 중국 청두라는 서로 다른 지역의 주방을 보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우리가 '이탈리아 요리', '중식'이라고 뭉뚱그려 알고 있던 음식이 현지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 실제 주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요리 예능 좋아한다? 추천합니다. <흑백요리사> 재미있게 봤다? 추천합니다. 해외 음식 구경하는 거 좋아한다? 추천합니다. 회사에서 이제 슬슬 후배가 생겨서 '나도 이제 좀 아는 사람인가?' 싶어지고 있다? 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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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보통 초심이라고 하면 처음 가졌던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초심은 열심히 하는 마음보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오래 해도 처음 보는 게 있고, 아무리 잘해도 누군가에게 배울 게 있고, 가끔은 다시 막내가 되어야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경력이 쌓인다는 건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느려도, 한참 망설여도, 남들보다 늦게 손을 들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샘 킴도 그러는데, 뭐.🤷🏻♀️라는 마음가짐으로 조급해하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고수가 되어있는 나를 만나게 될지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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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에 이렇게 말해봤다.
뱅크시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 없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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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이런 그림을 그려줬다.
아래 제미나이표 작품 해설을 첨부하겠지만 한번 각자 무슨 의미일지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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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다...) 그렇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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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길 한 번이면
4억짜리 집이 72억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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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는요, 먼 훗날 제가 집을 사게 된다면요, 제 집이 신원미상 '그'의 간택을 받기를 기도할 예정입니다. '그'의 손길 한 번에 집값이 15배 오르거든요.
'그'가 누구냐고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알고 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21세기 루팡, 뱅크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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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리스톨 베일 가의 한 주택에 그려진 벽화 <Aachoo!!>
이 동네는 기울기가 22도로 영국에서 가장 가파른 주택가인데,
뱅크시는 이 기운 각도를 활용해
한 노인의 재채기에 건물이 기울어진 것처럼 표현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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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성공은 그래피티 작가에게 실패! 라 외치는 뱅크시에 대한 소개를 집값으로 시작하니 무언가 찜찜합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 비판 행위에 다시금 자본주의 태그가 붙음에도 천정부지로 작품 값이 치솟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다시금 체제에 회의를 던지는 뱅크시의 철학을 일면 잘 드러내는 예시 같습니다.
여튼 경찰을 피해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쥐로 표현하고, 의회를 사람이 아닌 침팬지로 가득 채워 묘사하며, 육중한 무기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시위대의 그림으로 익히 알려진 뱅크시의 작품을 지금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현대 백화점에서 진행 중인 <뱅크시: Still Here> 전시에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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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의 철자를 바꾸면 ART가 된다는 사실...! 🐭 |
과격한 포즈의 사람은 무채색으로,
손에 든 꽃다발은 원색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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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50억 원에 낙찰됐다는 사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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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오랜만에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전시에 그닥 큰 취미가 없긴 하지만, 뱅크시라는 이름 하나에 끌려 백만 년 만에 전시장을 찾았는데요. 진짜 이름도 모르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 전시장을 찾았다는 제 동기부터 무언가 모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느낌은 전시장 티켓을 구매할 때 더욱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티켓 값은 인당 23,000원, 더 현대 카드가 있으면 25% 할인이 됩니다. VIP라면 무료구요. 경매장에서 보란 듯이 그림을 갈아버리며 금액으로 붙은 가치를 파쇄해버리는 뱅크시 전시를 소비 등급에 맞춰 비용을 내고 보러 들어가는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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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이렇게 '벽'에 작품을 전시하는 콘셉트입니다. 들어가면 벽면마다 작품과 소개가 적혀 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몇 점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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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최애 작품이었는데요. 제목은 할머니들입니다. 그런데 가만 할머니들의 뜨개 니트 위의 글씨들을 보면, 'PUNK NOT DEAD', 'THUG FOR LIFE'라고 쓰여 있습니다. 평생 불량배, 펑크는 죽지 않았다는 뜻인데요.
자연스레 스며드는 '할머니' 이미지에 왠지 모를 푸근함, 익숙함을 느끼려던 찰나에 글자가 뇌리에 슥 들어옵니다. 저 할머니들의 과거를 네가 뭘 알고 그리 자연스레 재단하느냐, 웃기면서도 아차차차, 싶습니다. 저 역시 나중에 70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따수운 '전형적인' 할머니가 되지는 못할 것 같기에 괜히 더 공감이 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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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그림일 것 같습니다. 타자에 의한 원치 않는 비극과 소비문화의 대표주자를 병치해둡니다. 고통은 상업적 해피니스에 가려지고, 소비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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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인 작품들이 대다수지만, 응원을 말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이건 무엇을 비판하는 걸까, 싶었는데요. 비판은 아니고 경의의 표시였습니다. 예상 가시나요?
이 작품은 코로나 시국 의료진들에 대한 응원과 존경을 표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슈퍼 히어로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의료진 형상의 장난감 역시 슈퍼 히어로라는 것이겠죠. 어른의 시선으로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필터 없는 아이의 시선으로 슈퍼 히어로를 명명한 것 자체가 경의를 조금 더 진솔하고도 진중하게 전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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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이지만 조커도 뱅크시랑 같은 생각을 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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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떤 예술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발자취를 되짚어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6세에 청력을 잃었음에도 걸작을 쏟아내며 가장 역할을 했다는 베토벤과, 동생이 보내준 용돈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다 사후에 작품을 인정받은 고흐 역시 그의 일생을 알기에 작품에 덧대지는 의미가 두꺼워집니다.
그렇지만 뱅크시의 작품은 그의 인생을 좇지 않습니다. 애초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돈도, 삶의 굴곡도 의미 없습니다. 그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할 뿐이죠. 그래서 더 투명한 걸까요? 그래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더욱 잘 전달됐을까요?
일면 그렇고, 일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05년, 뱅크시는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석조 미술 사이에 자기가 직접 그린 돌을 몰래 전시해둡니다. 쇼핑 카트를 밀고 있는 원시인 그림이 그려진 돌을요.
자기가 뭘 보는지도 모른 채 전시를 본다는 지적 허영을 즐기는 자들을 조롱합니다. 기존 시스템을 비판하기 위해 시스템 속으로 들어갑니다. 흩뿌린 물감에 찬사를 표하며 수억 원을 호가하는 그림이 사실 어린아이의 물감 장난이었다는 현대식 현대미술 조롱의 근원이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동시에 빨간 풍선을 든 소녀 그림을 파쇄기에 갈아버렸을 때, 경매 낙찰자는 오히려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것조차 가치가 더해진 것이라고요. 뱅크시는 원래 해당 작품을 전체 다 갈아버리려고 했지만 반절만 갈린 것은 의도가 아니라 기계 오작동이었다고 하죠.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가격은 더 뛰었습니다. '가치'가 더해졌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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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또 하나. 그의 작품들 이면에는 하나같이 벼린 칼날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전하는 문구와 그림은 날카롭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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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음침한 놀이공원, '디즈멀랜드'로 누군가의 오락 뒤에 묻힌 어두운 성을 표현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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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를 옹호하는 펑크, 히피 등의 사람들이 '자본주의 붕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사기 위해 가판대 앞에 줄 서는 그림을 그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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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참 모순적입니다. 그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모를지라도, 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뱅크시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들 궁금해하던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되려 그를 신원미상으로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쏟아집니다. 어쩌면 그의 정체가 대강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신원미상으로 그를 보존(?)하는 것까지 뱅크시 모순이 결정체가 아닐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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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끝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기념품 가게를 거치지 않고서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전형적인 전시장 구조인데요. 모든 전시장 내 공간 중 가장 붐비는 곳이었습니다. 스티커와 뱅크시 그림으로 만든 클릭커를 구매하려고 대기하던 사람이 멋쩍게 웃으며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뱅크시 전시 보고 굿즈를 사려고 내가 이러고 있네"
모르는 사람이지만 저도 옆에서 멋쩍게 웃었습니다. 전시에 가면 항상 도록을 사는데, 오늘은 포스터를 골랐기 때문입니다. 이게 왜 멋쩍냐고요? 도록으로 그림을 봐야지, 라는 생각을 압도한 것이 그래피티를 하는 뱅크시의 전시를 왔으니 집에 인테리어로 멋지게 걸어둘 수 있는 포스터를 사야지, 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카드 스티커랑 포스터를 샀습니다. 2만 2천 원 썼습니다. 자본주의 타도 티셔츠를 사기 위해 가판대에 줄 서 있는 펑크가 아마도 저였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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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은 11월 3일까지니, 시간이 된다면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신다면 이른 아침에 가세요. 오전 11시만 되어도 사람이 꽉꽉 찬답니다.
뱅크시는 이런 광경에 대해 뭐라고 생각할까요? 정말 제미나이의 생각(?)처럼 Banksy is here가 아닌 Banksy is nowhere이라고 생각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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